위대한 봄날은 간다
사랑 비로소 웃을 수 있고 한가롭게 거리를 걸을 수 있고 비가 와도 비가 와도 비를 맞을 수 있고 서점에 들려도 마음 이 가벼울 수 있고 책들이 한없이 맑아지는 걸 볼 수 있게 된 건 투명한 책들 앞에 두렵지 않게 된 건 모두 어제 네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말했기 때문 이야 네가 있는 곳! 따뜻한 곳! 그곳 으로 오라고!
사랑의 시작 피범벅 겨울이 가고 넌 커단 가방 하나 들고 나타났지 아니 커단 기차를 들고 나타났지 그 기차에 타라고 말했지 난 정신없이 기차를 타고 떠났다 지금도 떠난다 계속 떠난다 이 기차, 이 구름, 이 항아리 속에 내가 있으므로 이 방 속엔 내가 없다 이 학교에도 없다 이 거리에도 없다 그럼 어디로 간 거야? 아마 네가 들고 온 기차 속에 있겠지 이건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네가 온 다음 난 아직도 제 정신이 아니야 네가 오다니? 다신 오지 않으리라 믿었지 너, 이 봄, 이 아련한 날들, 이 도취의 날들, 이 피안의 날들, 이제 네 속에 내가 있다 이제 내 밖은 온통 너다 꽃으로 뒤덮인 들판, 바람이 불어도 춥지 않은 날들, 모두가 너다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 내가 몰고 가는 쏘나타, 내가 들고 가는 가방, 내가 들리는 술집, 내가 시를 쓰는 이 볼펜, 이 백지, 지금 차 밖에 내리는 어둠, 왕십리의 불빛, 깊은 밤 의왕 터널을 지나 나타나던 수원의 불빛, 깊은 밤 찾아간 카페, 카페 유리창에 떨어지던 빗방울, 내가 걸치고 간 겨울 바바리, 모두가 너다 피투성이 황혼 다음에 문득 네가 오고 이제 내가 보는 것, 내가 만지는 것,
내가 듣는 것, 모두가 너다 난 사라지고 요란한 폭음 속에 폭음 속에 하얀 비행기 하나 떠 간다 넌 다리 없는 새라고 말했지만-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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