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총의 눈물을 닦아라
양파옥총의 눈물이 가득하다. 가격 하락으로 눈물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 사실 양파를 썰거나 다질 때 눈물이 난다. 양파를 썰거나 다지면 양파 안에 있는 눈물을 나게 하는 최루성 물질을 만드는 효소가 활성화된다. 효소의 활성화로 프로페닐스르펜산이라는 휘발성 물질이 만들어져 나온다. 이 화학물질이 양파로부터 나와 눈에 들어가면 분해돼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눈물이 나게 된다. 눈물 없이 양파를 조리하려면 칼을 물에 적신 후 하면 된다. 화학물질이 눈에 들어가기 전 칼에 묻은 물에 먼저 용해되기 때문이다. 양파를 냉장고에 넣어둬도 효과가 있다. 양파는 수분이 93.1% 정도고 당질이 약 10%다. 당질은 포도당, 설탕, 과당, 맥아당 등이 포함돼 있다. 양파는 보통 매운 음식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당질은 아주 독특한 단맛을 나게 한다. 특히 양파를 익히면 단맛이 증가하는데, 이는 자극성 유황화합물이 분해돼 설탕보다 50배나 단맛을 내는 프로필머캅탄(propylmercaptane)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양파의 영양소는 열에 강하기 때문에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양파·마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재배면적이 농업계의 당초 예상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올해 양파 재배면적이 2만6418㏊로 지난해(1만9538㏊)보다 35.2% 늘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양파의 경우 통계청 발표 이전에 재배면적을 지난해보다 18.3% 늘어난 2만3114㏊ 정도로 추산하고, 그에 맞춰 수급안정대책을 올초부터 진행해왔던 터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 등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예년에 없던 사전 면적조절 등을 추진하면서 다소 회복세에 접어든 양파값이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마늘 재배면적 역시 14% 증가한 2만8351㏊로, 예상 증가율 6%를 두배 이상 웃돌았다.
◆양파 격리물량 늘려야=5월 중순과 6월 상순 각각 수확이 시작되는 중만생종 양파 재배면적이 대폭 증가하면서 생산량도 덩달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현재 작황에 단위면적당 평균 수확량을 적용할 때 생산량이 평년보다 23% 늘어난 134만9000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평년 중만생종 양파 수요량이 117만1000t가량이어서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17만8000t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향후 양파값 안정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사정은 이렇지만 농식품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손에 꼽힌다. 올해 처음으로 단행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조생종 양파 사전 면적조절과 마찬가지로 일정 물량을 수확 이전에 격리하고, 물류비 지원 등으로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 사정에 따라 수매비축도 추진할 수 있다. 4월30일 열린 제1차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 이후 농식품부가 내놓은 수급 및 가격안정대책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출하시기 등을 고려해 채소가격안정제 약정물량 중 1만7000t을 두차례에 걸쳐 사전 면적조절하고, 주요 수출국인 대만으로 1만5000t 이상 수출할 수 있도록 물류비 등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적정 산지가격 지지와 단경기 수급상황 대처를 위해 2만t을 조기에 수매비축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관건은 농식품부의 수급조절 물량 외에 남는 12만6000t의 처리다.
농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재배농가·생산자단체가 협업해 품위 저하품(구 크기 6㎝ 미만 및 쌍구)에 대한 출하 중지 등으로 8만1000t을 자율감축하고, 대국민 홍보와 특판행사 등을 통해 4만5000t을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농가·소비자단체 등 각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해결 불가능한 과제들이다.
생산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경북 등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 양파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 1월부터 추진해온 수급안정대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돌발변수가 발생한 만큼 수급안정을 위해 정부·농가·농협·소비자단체 등 각자가 해야 할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농식품부가 역할을 더 맡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사전 면적조절과 수매 비축물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양파 주산지 관계자는 “재배면적이 지나치게 늘어난 것으로 발표되다 보니 산지에서도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수급안정을 위해 주산지 농협이나 농민들이 자율감축에 적극 동참해야겠지만, 정부가 소화물량을 좀더 늘려 산지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마늘 4000t 사전 면적조절=양파와 마찬가지로 마늘도 사전 면적조절이 시행된다. 농식품부는 주산지협의체를 통한 채소가격안정제 약정물량 4000t(277㏊)을 사전 면적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지원단가는 1㎏당 2426원이다.
농식품부가 예상한 올해 마늘 생산량은 35만2000t으로, 평년보다 4만2000t 초과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4000t은 사전 면적조절하고, 농협 협동마케팅 1만t 확대, 고율관세 수입물량 4000t 국내산 대체, 자율감축 1만t, 소비확대 1만2000t, 수매비축 2000t을 차질 없이 추진해 수급안정을 꾀하겠다는 게 주요 대책이다.
햇마늘 수확기에 정부수매 비축물량을 방출하지 않고, 수입 비축물량은 건조마늘 등 가공용으로 판매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협력해 중만생종 양파와 마늘의 수급과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역농협과 생산자·유통인 모두가 자율적 수급조절에 적극 참여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성홍기 기자 hgsung@nongmin.com
옥총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의뢰를 받은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양파 재배면적을 18.3% 늘어난 2만3,114㏊로 발표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후인 지난달 27일 통계청은 올해 양파 재배면적이 2만6,418㏊로 전년 대비 35.2%(6,880㏊) 증가했다는 마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농경연은 마늘 재배면적을 2만2,202㏊로 평년보다 10.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통계청은 오히려 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통계 혼선은 농민단체가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정부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적정 재배면적 유지로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농민들의 수입이 보장되는데 잘못된 통계 탓에 수급조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농민단체들은 양파와 마늘값 폭락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능현·박형윤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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