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
조선일보 2018. 5. 24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려서 왼쪽으로 돌리세요. 그리고 10초간 머무세요. 골반 근육이 튼튼해집니다." 일본 도쿄 도심 북동쪽에 있는 분쿄구(文京區) 구청 다목적실에서 지난달 65세 이상 여성들이 모여 근육 강화 훈련을 한 시간 반가량 받았다. 이 훈련은 '요실금을 막고 하체 근육을 튼튼하게 한다'는 목표로 구청이 마련한 지역 노인 대상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한 동작이라도 더 배우려고 강사의 말과 행동에 주목했다. 운동기구 없이 할 수 있는 동작이기에 익혀 놓으면 집에서도 매일 할 수 있다.
열 명 중 세 명이 65세가 넘는 초고령 사회 일본은 요즘 노인 근육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근육을 어떻게든 키워 남에게 의존하고 누워 있는 노년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초고령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노년의 삶은 연금과 근육이 결정한다는 얘기들을 나눈다. 이에 지역별로 구청이나 노인센터에 근육 강화 교실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도서관들은 근육운동 코너를 만들고 관련 서적을 대여한다.
낮 시간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데리고 와서 운동시키는 '데이(day) 서비스센터'에서는 게임과 근육 훈련을 접목한 기계를 운영한다. 게임 스크린 앞 의자에 앉으면 "닷테!(일어나고), 스왓테!(앉고)"라는 말이 반복해서 나오고, 노인들은 구령에 맞춰 모델의 동작을 따라 한다.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일종의 스쿼트 게임이다. 자신의 근육 힘에 맞춰 속도와 횟수를 정해놓고 할 수 있다.
노인 집단 거주 주택에서는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 근력 운동을 시킨다.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우고, 동작 자세 사진을 보면서 따라 하게 한다. 골절이나 낙상으로 입원한 환자들은 하체 근육 능력과 보행 정도가 퇴원 기준이다. 재활병원에서는 병원 안에 건널목이나 주택 계단 설비를 갖추고 노인 환자가 파란 신호등에 맞춰 제시간에 건널목을 건너는지 측정한다. 동네 시장을 스스로 오갈 수 있는 정도가 돼야 집으로 퇴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라오케 회사들도 '음악 근육 운동'을 벌인다.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각종 따라 하기 동영상을 만들어 가라오케에서 무상으로 틀어주고, 지역사회 양로원을 찾아가 노인들을 일으켜 세운다. 노래에 맞춰 근육 운동을 하는 '음악 건강 지도사'라는 새로운 직업도 만들었다. 일본은 한 해 4700만명이 가라오케를 이용하고, 13만여 개 가라오케 룸이 있다.
◇근육 운동의 놀라운 효과들
노인 대상 근육 운동은 허벅지와 엉덩이가 집중 대상이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보행 능력을 높이고, 고령 사회 최대 부담인 낙상 골절을 막는 데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중심축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상 속 하체 위주 근육 강화 운동은 각종 '노화 지표'를 개선시키는 등 건강 증진에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최근 3년간 도쿄 인근 지역인 사이타마현에서 이뤄진 근육 강화 사업 시행 결과, 참여 대상 노인들이 6개월~1년 만에 '한 발로 서는 시간'이 46.4초에서 55.5초로 20%가량 늘었다. 이를 수행한 도쿄도립장수의료센터 김헌경(재일한국인 학자) 연구부장은 "낙상이 줄고 낮 시간 야외 활동과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우울감 척도 점수도 확연히 낮아지고 수면 시간은 늘었다"며 "나이 들어서도 근육 운동을 하면 물컹한 지방조직은 줄고 뼈·골격근은 늘어나 노쇠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근육 저금' '근육 잔고' 용어가 유행하는 일본 TV 광고와 홈쇼핑에선 노인들을
위한 아미노산 섭취제 상품이 수시로 나온다. 도쿄대 고령사회 종합연구소 이이지마 가쓰야(노인의학) 교수는 "나이 들면 단백질 섭취를 해도 흡수율이 낮고, 단백질은 저장이 안 되므로 매일 생각보다 많이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근육 운동과 아미노산 섭취를 병행한 노인이 근육 운동만 한 경우보다 보행 속도와 무릎 관절을 펴는 힘이 더 강해졌다는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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