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農/건강이야기

통풍은 숨어있는 큰병 알리는 경고등

통풍은 숨어있는 큰병 알리는 경고등
[출처: 중앙일보] 통풍은 반짝 통증? 숨어있는 큰병 알리는 경고등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58)씨는 술자리가 잦은 편이다. 석 달 전 직원들과 함께 1차 폭탄주·삼겹살, 2차 노래방, 3차로 생맥주를 마신 후 집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파서 잠을 잘 수 없어 응급실을 찾았다. 통풍이었다. 박씨의 혈중 요산 수치는 9㎎/dL로 정상 수치(7.0 ㎎/dL 이하)를 훌쩍 넘긴 상태였다.

응급실 의사는 “통풍이 있으면 건강에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통증이 사라져도 반드시 외래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는 약을 먹은 뒤 이틀 만에 통증이 사라지자 더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인들에게 “죽을 만큼 아팠는데 금방 낫는다”며 ‘통풍 무용담’을 들려주곤 한다. 통풍 환자는 대개 박씨와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 바람만 불어도 아파 ‘통풍(痛風)’이라지만 통증은 무서워하면서 한 번 스쳐가는 질환쯤으로 여긴다. 과연 그럴까?
 
21세 때보다 13.5㎏ 늘면 통풍 발생 2배
통풍은 과도하게 높아진 혈중 요산이 결정(結晶) 형태로 관절·신장 등에 쌓이며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심한 통증·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통풍이 만성화되면 발가락·발목·무릎·손가락 등에 통풍 관절염이 발생해 관절이 뒤틀린다. 콩팥이 망가져 만성신부전 위험도 커진다.
통풍은 연령·성별이나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이 밖에 후천적으로 비만, 약물(이뇨제·면역억제제·저용량 아스피린), 콩팥 등 장기 이식, 불규칙한 식습관, 과다한 알코올 섭취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가장 큰 위험은 비만이다. 2005년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1~22.9인 사람의 통풍 발생률을 1로 할 때 25~29.9는 1.95배, 30~34.9는 2.33배, 35 이상은 2.97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나이가 몇 살이든 관계없이 21세에 비해 체중이 13.5㎏ 이상 증가했다면 체중 변화가 없는 사람보다 통풍 발생 위험이 1.99배 높았다.
 
서양에서는 통풍을 ‘제왕의 병, 병의 제왕’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루이 14세, 스페인 필리페 2세 등이 통풍을 앓았다고 한다.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왕이 걸린 병이라 해서 ‘부자병’이라고도 한다. 
영국·대만 공동 연구팀이 통풍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북미·유럽은 1~4%, 멕시코·쿠바·베네수엘라 등은 0.3~0.4%였다. 한국(0.4%)·일본(0.51%)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네이처, 2015년). 하지만 우리나라 통풍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고 증가 속도도 빠르다.
 
통풍은 음식에 영향을 받는다. 요산은 음식으로 섭취한 핵산(퓨린)이 몸에서 처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핵산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혈중 요산 농도가 올라간다. 핵산은 고등어·꽁치와 같은 등 푸른 생선과 동물의 간·콩팥·뇌·내장에 많다. 대부분의 해산물, 소고기·돼지고기 등 육류와 청량음료·과자의 단맛을 내는 데 쓰는 과당도 혈중 요산 농도를 높인다. 술도 위험 요인이다.


장모(48)씨는 중견 건설회사 영업부장이다. 일주일에 3일 이상, 한 번에 소주 두 병 이상 마신다. 그는 1년 전 통풍 진단을 받았다. 그 후 석 달마다 한 번씩 통풍이 재발했다. 진료실에서 만난 그는 “좋아하는 회·곱창도 안 먹는데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술·고기까지 끊지는 못했고 이 때문에 통풍이 재발했다. 요산 수치는 8~9 ㎎/dL 정도로 비만에 혈압까지 높았다.
 
장씨에게 “식사 조절만으로 요산 수치를 낮추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그 후 약물 치료를 시행한 결과 요산 수치가 4~5 ㎎/dL로 떨어졌다. 통풍 발작도 더는 겪지 않았다. 통풍을 치료하는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은 없다. 요산 수치가 과도하게 높으면 약물 치료가 필수다.
 
다만 약물 치료로 통증이 없어졌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통풍 환자는 비만·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에는 혈중 요산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져 생기는 급성 통증이 통풍이라고 여겼다. 통증 조절에만 신경 썼다. 혈중 요산 농도를 낮추도록 식사 조절만 강조했다. 하지만 여러 연구들이 축적되면서 통풍이 대사증후군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통풍이 있으면 사망률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이 높다.
 
통풍환자의 대사증후군 발생률 63%


40세 김모씨는 5년 전부터 가끔 왼쪽 엄지발가락이 붓고 아픈 증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하루나 이틀 새 없어져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지냈다. 그런데 최근 1년 사이 오른손 검지 관절이 붓고 아프더니 점점 오른쪽 무릎과 엄지발가락, 손목·어깨 관절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김씨는 영상 검사에서 손가락·발가락에 결절(요산이 뭉친 덩어리)이 보였고 관절 변형이 확인됐다. 혈액 검사 결과 요산 수치가 10.2㎎/dL에 달했다. 그 밖에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가 1.76㎎/dL(정상 1.4 이하)로 만성콩팥병이 의심됐다. 중성지방은 444㎎/dL(정상 166 이하)로 높아 이상지질혈증 위험이 있었다. 공복혈당 121㎎/dL(정상 110 이하)로 정상이 아니었다. 원인은 과도한 음주였다. 그는 “주 3~4회 이상, 한 번에 소주 2병 이상을 마신다”고 말했다.
 
대사증후군은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비만·심혈관계 질환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지난 2007년 20세 이상 성인 8807명을 조사한 결과, 통풍이 있는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률은 62.8%로 없는 사람(25.4%)의 2.47배였다.
 
통풍 환자는 대사증후군·콩팥병·심혈관 질환 등으로 인해 일반인보다 사망할 위험이 크다. 2007년 국제 학술지 ‘순환’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남성 5만12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통풍 환자는 일반인보다 사망 위험은 28%,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38%, 심근경색증 발병 위험은 59% 높았다.
 
통풍을 단순한 급성 통증이 아니라 대사증후군이라는 심각한 만성질환을 알리는 ‘경고등’으로 이해해야 한다. 건강검진에서 ‘고(高)요산 혈증’ 판정을 받거나 통풍 진단을 받았다면 대사증후군인지 여부를 꼭 검사해야 한다.


곱창과 소주, 오징어와 맥주 … 통풍 환자에게 최악의 조합
통풍을 예방하려면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요산의 ‘재료’인 핵산(퓨린)은 소·돼지고기에 많이 들어 있다. 이런 걸 넣고 끓인 곰국·갈비탕도 피해야 한다. 곱창·천엽·간·허파 등 내장에는 퓨린이 고기보다 많다. 고등어·꽁치·참치·삼치 같은 등 푸른 생선과 멸치, 마른 오징어도 퓨린 함량이 높다.
 
술은 요산을 많이 만들 뿐 아니라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방해해 통풍을 악화시킨다. 1차로 곱창과 소주를 먹고, 2차로 맥주에 오징어를 곁들이는 건 통풍 환자에게는 최악의 조합이다. 과일·과일주스·꿀(과당), 튀김 같은 기름진 음식(지방)도 자제하는 게 좋다. 




' > 건강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낮 술은 독약이다  (0) 2018.03.24
건강은 약용김치에서 시작  (0) 2018.01.13
몸속 유해물질 줄이기 바람   (0) 2017.05.07
약특용작물의 수확과 저장  (0) 2016.12.22
장 속의 세균 39조개   (0) 201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