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창업사례-안다섬
창업농의 시작
저는 한국농수산대학 졸업 후 부모님이 하시던 농사를 물려받아 승계농을 할 수도 있었지만 부모님 것이 아닌 나만의 것, 내 땅, 내 농장을 갖고 싶었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종종 집에 내려와 부모님 농장 일을 도와드리던 여름날이었습니다. 블루베리 밭에 새가 블루베리를 먹지 못하게 새를 막아줄 망을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술렁술렁 망을 치더니 일을 마치려 했고, 저는 망을 당겨 깔끔하게 일을 끝내고자 하였습니다. 이런 사소한 작업방식이 맞지 않았고, 주먹구구식 농업이 아닌 여러 방법이나 실험을 적용해 보고 싶었으며, 수입부분을 깔끔하게 나누기 복잡한 면을 고려해보니 독자적인 농장을 가져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맘껏 해보고 싶었기에 창업농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금전적 도움없이 대출을 해서 전북 장수에 3,434m2 토지를 구입하여 오미자 농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론으로 배운 농업과 실습으로 쌓은 실전경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짓는 농사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친환경 재배를 하기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뒤돌아서면 자라나는 잡초를 보고 있다보면 온 밭에 제초제를 뿌려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한 번은 더운 여름 오미자에 흰가루병이 왔는데 친환경 방제 방법을 찾다가 이를 제 때 잡지 못해 오미자나무를 많이 잘라낸 적도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잘 키우기 위해 노력했는데 고온건조한 여름 날씨가 원망스럽고 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루에 열 번도 넘게 들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책으로 배웠던 농업이 실전에서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곤 저는 기술센터에 가서 농업인대학 강의를 들으며 또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냥 배울 때에는 와 닿지 않았던 것들이 밭에서 보고 경험해보니 피부 속 깊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차근차근 밭이 안정화되기 시작했고, 오미자가 초록색에서 빨갛게 물들어 알알이 붉은 보석이 될 즈음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오미자의 생리적 특성상 생과로 바로 먹기가 힘들고 금방 무르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유통과 판매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한 것이 오미자 청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미자의 청의 경우 당분이 과다하게 많아 과연 건강에 큰 이로움을 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품고 다음으로 만들게 된 것이 막걸리였습니다. 오미자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현미부터 당귀, 오가피, 사과 등 다양한 막걸리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연구했습니다.
발효식품에 대하여 공부하다보니 알콜발효로 막걸리를 만들고 초산발효를 하여 천연발효식초까지 만들게 된 것입니다. 전통발효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화학식초의 단점과 천연발효식초의 이로운 점들을 알게되니 식초라는 아이템을 더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식초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여러 농가를 멘토링하였습니다.
2015년 12월에는 한국자격중앙협회에서 등록·검정하는 발효효소지도사 자격을 취득하였습니다.
혼자서 사업을 시작하고자하니 나이도 많이 어리고, 주변의 시선들도 가벼워 법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개인농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보다는 전문적 법인을 만들어 브랜드화를 시키는 것이 상품홍보에도 더욱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주변에 발효에 관심을 가지는 농가들이 많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정관을 만들고 법적자문을 받고 세무서를 다니며 준비를 했습니다. 그 후 식초에 관심있는 주변 농업인들을 모아 2016년 6월 발효사랑영농조합법인으로 사업자등록을 했습니다.
발효사랑영농조합의 경우 타 조합들과는 차별화되게 모든 농업인이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닌 발효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에만 조합원의 권리를 얻을 수 있어 전문성을 높임으로써 보다 신뢰감을 높였습니다. 때문에 많은 조합원이 있지는 않지만 10여명정도의 농업인 및 식초연구가들이 모여 모임을 갖고 식초를 함께 만들고 개발하며 조합의 홍보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부농도 아니고 성공한 농업인도 아닌 이제 막 창업한 농업ceo입니다. 그렇기에 성공비법을 알려드릴 수도 없고, 돈을 많이 버는 방법도 모릅니다. 하지만 성공에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생각의 전환, 남들과는 다르게 ‘하면된다’가 아닌 ‘어떻게 해야 할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즉, 무조건적인 재배와 생산이 아닌 소비자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필요로 하는지를 고민한 뒤 이를 활용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내 상품을 반드시 사야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다른 상품에는 없는 한 가지를 강조해야 한다. 예) 발효사랑영농조합은 3단계 발효!(알코올발효-초산발효-숙성발효) 다양한 식초제품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초가 농산물을 베이스로 했지만 합성식초가 포함된다. 하지만 저희 식초는 천연발효식초로서 발효과정을 거치며 초산균을 포함한 많은 미생물과 다양한 유기산과 발효된 영양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풍부한 맛과 향과 효능을 가지고 있다!
○ 도전, 도전, 또 다시 도전 매일 매일이 똑같은 농촌 환경을 보며 아이디어를 창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도전한다. 학생때부터 많은 대회를 나감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탈락했지만 마침내 피어나는 연꽃녹차로 전국 1등을 거머줬다. 그 이후 많은 연꽃녹차 상품이 시장에 나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개발하여 도전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생각한 아이디어는 식용허브와 꽃으로 테라리움처럼 작은 정원을 만들어 식초속에 넣은 ‘니 맘에 꽃초’였다. 볼거리, 느낄거리 등을 고려한 오감을 만족시킬 제품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싶었으나 예선통과 후 본선에서 보기좋게 떨어졌다. 물론 아쉬움도 크고 서운함도 앞섰지만 어리디 어린, 딸보다도 더 어린 법인대표의 속상함을 달래주기 위해 다독여 주는 조합원분들의 소중한 응원에 힘입어 금새 털어낼 수 있었다. 내겐 실패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앞으로도 실패의 자유를 많이 누릴 예정이다. 실패가 끝이 아니다. 나는 아직 젊고 씩씩하고 또한 날 믿어주는 조합원들이 있으니 앞으로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할 것이다. |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를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혼자만 뛰어나고, 나만 잘사는 농업은 제가 바라는 농업이 아닙니다. 저와 조합원들이 만든 저희 법인은 농업·농촌의 발전에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식초의 경우 잎, 꽃, 뿌리, 열매 등 다양한 부분을 활용하여 만들 수 있으므로 전국의 어떤 농장이던, 어떤 학생이던 배우고자 한다면 숨기지 않고 모든 노하우를 전수할 생각입니다. 천연 발효, 즉 전통은 내가 걸어가야 할 디딤돌입니다.
아이디어, 즉 혁신은 저를 미래로 나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농업의 발전은 제게 생계와 더불어 평생을 함께 가야 할 궁극적인 목표로써 저뿐만 아니라 모든 농민들의 목표일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