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질 비료 알기 2
현해남/제주대교수
골고루 음식을 섭취해야 건강하다는 이치는 동물과 식물을 가리지 않는다. 육식동물은 고기를 먹고 초식동물은 풀을 먹어야 된다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잡식동물은 육식과 초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건강하다는 것도 변하지 않는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동물과 식물은 양분을 흡수하는 과정이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동·식물은 모두 위와 작은창자를 갖고 있다. 식물이 양분을 흡수하는 과정을 보면, 동물의 위는 토양과 같고 동물의 작은창자는 뿌리와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동물은 체내에 위와 창자를 모두 갖고 있지만 토양의 위는 식물 밖에 있다는 차이뿐이다.
식물 양분흡수 ‘동물과 비슷’
동물의 위는 음식을 잘게 부수고 분비액을 내놓아 음식을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만든다. 식물의 위인 토양도 양분을 잘게 부수고 물과 미생물이 내놓는 효소 등으로 녹여 뿌리가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바꾼다. 동물의 위는 짧게는 3~40분, 길게는 수 시간 동안 소화시켜 작은창자로 보낸다. 식물의 위인 토양은 짧은 시간 내에 물로 무기질비료를 용해시켜 뿌리로 보내고 유기질비료와 같은 양분은 몇 달 동안 분해시켜 뿌리로 보낸다.
동물의 작은창자는 본격적으로 음식물을 더 잘게 분해하고 대부분의 영양분을 흡수한다. 식물의 뿌리도 약한 산을 내놓고 근권 미생물의 도움으로 양분을 녹이고 흡수한다. 동물은 작은창자 벽의 미세융모를 통해 양분을 흡수한다. 뿌리의 표피도 마치 융모처럼 뿌리 표면의 멤브레인을 통해 양분을 흡수한다. 그래서 동물의 사양관리와 식물의 양분관리는 비슷한 점이 많다.
잡식동물인 돼지는 고기만 먹으면 위가 약해진다. 그렇다고 풀만 먹이면 살도 찌지 않고 상품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잡식동물인 돼지는 영양분의 균형을 잘 맞추어 주어야 6개월 내에 100kg이 넘는 규격 돈을 출하할 수 있다. 만약, 과학적인 사양관리를 무시하고 풀만 먹이거나 고기만 먹이면 절대로 소비자가 찾는 규격 돈을 생산할 수 없다. 식물도 무기질비료와 유기질비료를 조화롭게 사용해야 소비자가 좋아하는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
무기질·유기질비료 조화롭게
그 이유는 식물도 돼지와 같이 잡식이기 때문이다. 무기질비료만 주면 당연히 식물의 위인 토양에 무리가 가고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유기질비료만 사용하면 위인 토양은 좋아지지만 뿌리로 보낼 양분이 부족해져서 생육이 나빠진다. 그래서 항상 토양비료 연구자는 무기질비료와 유기질비료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최적의 양분 흡수조건과 건전한 토양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머리를 쓴다. 그 결실이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한 『작물별 시비처방 기준』, 『흙토람』이다.
필요로 하는 양분의 양은 잡식동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식물도 종류에 따라 필요로 하는 양분의 양이 다르다. 옥수수는 인산비료에 비해 질소와 칼리를 2배 이상 요구한다. 고구마는 질소와 인산비료의 양은 적고 칼리는 2배 이상 주어야 생산량, 맛, 씹는 촉감이 좋다. 토마토는 질소와 인산에 비해 칼리 비료 량이 적어야 생육에 좋다.
양분-토양환경 개선에 도움
다행히 무기질비료는 작물에 따라 질소, 인산, 칼리 함량을 조절하여 최적의 양분 조건을 맞출 수 있다. 유기질비료는 토양에 도움이 크다. 그래서 식물에 필요한 양분은 무기질비료가 담당하고 토양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은 유기질비료가 맡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경지면적이 좁은 나라에서 무기질비료 또는 유기질비료로만 소비자가 선호하는 작물을 재배한다면 세계 토양비료학자가 비웃는다. 비료사용의 조화만이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과학이다.
'農 > 비료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기질 비료 알기 5 (0) | 2019.06.29 |
---|---|
무기질 비료 알기 3 (0) | 2019.06.29 |
무기질 비료 알기 1 (0) | 2019.06.29 |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0) | 2018.03.24 |
근사미의 정체 (0) | 2018.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