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의 세계
입력 : 2021.10.26 03:30
▲ /그래픽=안병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현재 인류에게 닥친 가장 큰 위협이에요. 국제연합(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막대해진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모든 나라가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해요. 탄소 중립은 우리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흡수량을 늘려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맞추는 것을 말해요. 우리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그대로 흡수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은 늘어나지 않겠지요. 식물처럼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는 흡수하고 에너지와 산소를 생산해낼 수 있다면 일석이조일 텐데요. 과학자들은 이렇게 식물을 흉내 내는 '인공 광합성' 아이디어를 수십 년 전부터 연구해 왔답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쌓아온 식물
탄소 배출량은 화석연료를 덜 쓰고 자원을 아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줄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흡수할 수 있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숲이나 갯벌처럼 이산화탄소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지역을 넓히는 것이에요.
식물은 광합성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요. 광합성은 이산화탄소와 물·햇빛을 이용해 생명체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만드는 과정이에요. 식물은 이렇게 만든 포도당을 녹말 같은 탄수화물 형태로 몸 안에 저장하지요. 동물은 식물을 먹어서 식물이 몸속에 저장해 놓은 에너지와 몸을 만드는 물질도 얻어요. 따라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탄소는 대기 중에 있던 이산화탄소에서 온 것이지요. 동물은 다시 호흡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내뱉고, 죽은 후 사체(死體)가 세균에 의해 분해될 때도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내보내요. 이렇게 이산화탄소는 대기와 생명체 사이를 순환한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식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몸 안에 탄소를 쌓아왔어요. 만약 우리가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려고 나무를 태운다면 그건 나무가 몸 안에 쌓아 온 탄소를 이산화탄소 형태로 대기로 내보내는 셈이에요. 식물이 땅속에 묻혀서 생긴 석탄을 태우는 것 역시 아주 오랫동안 식물이 모아놓은 탄소를 순식간에 대기 중으로 내보내는 것이지요.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인간이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많이 쓰게 되면서 지구온난화는 더욱 심해졌어요.
독자 생명체였던 '엽록체'
지구에서 광합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억~25억년 전쯤으로 알려져 있어요. 당시엔 동식물은 없었고, 미생물만 살고 있었어요. 최초로 광합성을 시작한 생물은 녹색황세균·녹색비황세균 같은 세균이었어요. 이들은 광합성을 했지만, 아직 산소를 만들어내진 못했어요. 이후 시아노박테리아라고도 불리는 남세균처럼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드는 생물이 등장했어요. 이때부터 지구에 산소가 많아지기 시작했지요.
오늘날 식물은 세포 안에 있는 작은 기관인 엽록체를 이용해 광합성을 해요. 이 엽록체 때문에 식물이 녹색으로 보이는 거예요. 재미있게도 엽록체는 과거에 독자적인 생명체였어요. 남세균처럼 광합성을 하는 세균이었는데, 다른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된 뒤 공생을 하면서 지금처럼 진화한 것이지요. 그래서 엽록체엔 별도의 DNA가 있고, 스스로 단백질을 생산하기도 해요.
광합성 하는 달팽이
드물게 광합성을 하는 동물도 있어요. 바다달팽이의 일종인 '엘리지아 클로로티카'는 식물처럼 광합성을 해요. 해조류를 먹은 뒤 그 안에 있던 엽록체를 자기 세포 안으로 가져와 광합성을 한대요. 덕분에 먹이를 먹지 않아도 햇볕만 충분히 쬐면 오랫동안 살 수 있어요.
산호는 직접 광합성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몸속에 공생하는 해조류가 광합성을 해요. 산호는 특정 해조류를 먹어서 몸속에 머물게 한 다음 이산화탄소를 줘요. 잡아먹힌 해조류는 죽지 않고 산호가 주는 이산화탄소를 통해 광합성을 하고 또 산호 몸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고, 산호는 해조류가 광합성으로 만든 영양분을 얻는 '공생' 관계랍니다.
'인공 광합성'으로 연료 생산
인간도 이렇게 광합성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음식을 안 먹어도 햇빛으로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니까 엄청나게 편리할 거예요. 미국의 SF 작가 존 스칼지는 소설 '노인의 전쟁'에서 피부에 엽록체를 넣어서 광합성을 할 수 있게 만든 인공 신체를 등장시키기도 했지요. 실제로 최근 독일 연구진이 올챙이에 엽록체를 주입한 다음 빛을 쪼이는 실험을 했어요. 올챙이가 다른 산소는 공급받지 못하게 했고요. 그랬더니 몸속 엽록체가 광합성으로 만든 산소가 올챙이 뇌에 공급됐다고 해요.
과학자들은 엽록체 없이 광합성 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어요. 식물의 광합성을 흉내 낸 '인공 광합성'이죠. 인공 광합성으로 우리에게 유용한 물질을 만들기 위해 연구와 개발을 하고 있답니다. 인공 광합성은 식물의 엽록체 대신에 이산화티타늄 같은 광촉매를 사용해요. 광촉매는 빛을 흡수해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할 수 있는 물질이에요. 광촉매를 사용해 식물의 잎 역할을 하는 인공 광합성 패널을 만드는 것이지요.
식물의 광합성은 물을 분해해 생긴 수소와 대기 중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포도당이나 녹말 같은 물질로 바꿔요. 인공 광합성으로는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연료로 쓰이는 메탄올이나 고무를 만드는 데 필요한 포름산 등을 만들 수 있답니다.
이런 인공 광합성 기술이 발달하면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연료를 만들 수 있으니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될 거예요. 석유가 고갈돼도 태양 빛만 있으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니 좋고요.
하지만 아직까지 인공 광합성은 효율이 높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들어서 화석연료와는 경쟁이 되지 않아요. 상용화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거예요.
고호관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연주 기자(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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