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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농업기사철

농민 감소는 생산성 높일 기회

 

농업도 산업화해야 경쟁력 생긴다

최준영·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입력 2021.10.25 03:00

 

2021년 대한민국은 명백한 선진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출액, 1인당 국민소득,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적 수치뿐 아니라 K팝과 드라마, 게임 등 문화 콘텐츠의 영향력 역시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21일 누리호 발사를 통해 비록 완전하진 않았지만 1톤 이상급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 문턱에 도달했음을 보여주었다.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 대부분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힘과 잠재력을 무시할 국가는 이제 없다.

 

끊임없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돌파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건국 이래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농업과 농촌 문제일 것이다. 농업과 농촌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일부 분야를 제외한 농업의 경쟁력은 취약한 상태이며 농촌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농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 대부분은 소멸이라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국제적으로 높은 농축수산물 가격을 국민이 부담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밥상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7.3% 상승하면서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셋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모두가 불행한 이러한 상황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그래픽=송윤혜

 

오랫동안 사람들은 우리나라 농산물의 높은 가격에 대해 유통 마진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우리나라 농산물의 유통 비용 비율은 작목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지만 평균적으로 약 44%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의 절반 가까이를 유통 부문이 가져가는 것이 지나치다고 보이겠지만, 미국은 73%, 일본은 55% 수준에 이르고 있다. 안전하고 신선한 유통을 위해 필요한 냉장 보관·수송, 적절한 가공·포장 및 저장에 많은 비용이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통상 ‘밭떼기’라고 하는 포전 거래도 농민을 갈취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비용으로 가격 변동 위험을 감내하면서 농산물의 수집과 공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그런 존재는 현실에 없다.

 

농업 문제의 핵심에는 좁은 경지 면적에서 비롯된 낮은 생산성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 경작지 면적은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며, 평균 이하 경작지를 보유한 농가가 79.3%에 이른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규모 생산지를 일일이 방문하여 수집해야만 하므로 유통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 반면, 품질 유지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원인이다.

덴마크 농가는 1990년대 20만 가구에서 2015년 3만 가구로 70%이상 감소하였다. 반면 농가당 경작 면적은 1970년 20㏊ 수준에서 90년대 40㏊, 2000년대에는 60㏊로 확대되었다. 국토 면적이 우리보다 작은 네덜란드도 농가당 경지 면적은 10㏊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넓다. 미국은 1950년부터 2010년까지 60년 사이에 농업 노동력은 4분의 1로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2배 증가했다.

 

농가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경작 면적 확대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자녀들에게 농지가 소규모로 분할 상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분할은 농지의 효과적 이용과 통합적 활용을 어렵게 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고 있지만 이런 문제에 관한 인식은 미약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농가 인구 감소는 지자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만, 산업 측면에서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농업 선진국은 농업 인구 감소 추세를 특별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농업 부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기회로 삼고 있다. 덴마크는 5년 이상 농업 교육을 이수해야만 농민 자격증을 받고, 농장을 소유·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농업 인구 증가가 아닌 전문성 향상에 농업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가져왔던 농업의 발전과 농업 인구 규모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정말 맞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농업-농민-농촌을 서로 연결된 존재로 인식해 왔다. 농민을 보호하려면 농업을 보호해야 하며, 그렇게 해야 농촌이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농업 보호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 높은 관세를 비롯한 수입 장벽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도시민들은 다른 국가보다 높은 농산물 가격을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농업과 농민, 농촌은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농업-농민-농촌을 분리해서 접근할 때가 되었다. 농업은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농민에게는 충분한 복지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농업 발전을 가로막는 강박적 자영·소농 구조에서 탈피하여 농업을 산업의 하나로 접근할 때가 되었다. 대신 오랫동안 농업 현장을 지켜온 농민에게는 직접 현금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실질적인 복지 확대를 도모해야 하며, 농촌에 대해서는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교육, 보건·의료 및 대중교통 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예산 배정과 투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평온해 보이는 농촌 들녘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글로벌 메탄 서약’에 따라 논물 관리 방식의 변화를 포함한 벼 재배 방식의 대대적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며, 시설 농업에 필수적인 전력과 에너지 가격의 상승도 예상된다. 변화 흐름에 맞춰 농민과 농업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고민해야 하며, 그에 적합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을 지날 때가 되었다.

조선일보http://ww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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