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명이 당뇨 직전이거나 환자
[논설실의 뉴스 읽기] 혈당관리, 건강의 최대 이슈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2.12.09
식당을 하던 48세 최모씨는 최근 생업을 중단하고 일주일에 2~3번 혈액 투석을 받으러 다닌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만성 신부전(腎不全)이 왔기 때문이다. 최씨는 6년 전에 이미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그때 혈당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당화혈색소 수치(정상 6.5% 미만)가 중증 단계인 9%가 넘었다. 그럼에도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병원 다닐 시간 없다며 정기 진료를 받지 않았고, 그 상태서 필요한 인슐린 주사 치료도 받지 않았다. 의료진은 최씨가 당뇨병 진단 초기에 제대로 관리만 받았어도 투석을 받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한국인 당뇨병 팩트 시트(fact sheet)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는 526만명이다(2020년 기준). 이 수치는 당뇨병 진단 기준인 공복 혈당 126(mg/dl)을 넘거나, 당화혈색소가 6.5%를 넘거나, 현재 당뇨병 약제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을 집계한 결과다.
2015년 당뇨병 환자가 321만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205만명이 더 늘었다. 5년 새 64% 증가했다. 당뇨병학회가 10년 전 당뇨병 팩트 시트를 발행하면서 2050년께 591만명의 환자가 생길 것으로 예측하는데, 20여 년이 앞당겨질 판이다. 과체중과 고령화가 초고속 당뇨 대란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당뇨병 전 단계로 불리는 공복 혈당 100~125(mg/dl)인 사람은 1497만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국민 2000만명이 이미 당뇨병 환자거나 당뇨병 직전 위험에 놓인 상황이다. 혈당 관리가 한국인 건강 최대 이슈가 됐다.
◇합병증 양산하는 당뇨병 관리
경북 영천에 사는 64세 여성 김모씨는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8년이 넘었다. 그동안 당뇨병은 합병증 예방과 관리 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혈당을 조절하다 당화혈색소가 9%가 넘었다. 뒤늦게 대학병원을 찾아 인슐린 치료를 시작했지만 이미 신장이 망가져서 결국 가족으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다.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혈당관리가 제대로 안 될 때 중증 합병증이 생긴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콩팥 혈관이 망가져서 오는 만성 신부전이다. 그러면 체내 독소를 걸러주는 기능이 망가져 투석을 받거나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한다.
최근 10년간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은 환자 수는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2010년 5만8860명이던 것이 2021년에는 12만7068명으로 뛰었다. 임춘수(서울대의대 신장내과)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은 “말기 신부전 발생 원인 절반이 당뇨병 때문인데 방치된 당뇨병 환자들이 혈액 투석실로 쏟아지는 있는 상황”이라며 “이 추세를 바로잡지 않으면 말기 신부전 환자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나고, 그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말기 신부전 열 명 중 여덟이 2~3일에 한 번씩 인공신장실을 찾아 한 번에 13만원 정도 드는 혈액 투석을 받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국민건강보험 의료비는 한 해 3조원에 이른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말기암이 될 때까지 기다리다 암치료를 해주는 것과 같은 꼴이라고 말한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50세 주부 이모씨는 갑자기 눈이 잘 안 보여서 안과에 갔더니 망막 출혈이 심해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원인이 당뇨병 같다며 검사를 받아보라고 해서 내과에 갔더니 공복 혈당이 200(mg/dl)으로 치솟아 있었다. 당화혈색소는 이미 중증 단계인 10%였다. 이처럼 상당수 당뇨병 환자가 눈이 나빠져 안과에 먼저 갔다가 당뇨병성 망막 합병증이라는 말을 듣고 당뇨병이 있다는 것을 안다. 신장이 안 좋은 걸 먼저 알고 당뇨병을 확인하기도 하고, 담낭 결석 같은 수술을 받으려고 검사하던 중 당뇨병이 있는 걸 아는 환자들도 꽤 있다.
권혁상(가톨릭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대한당뇨병학회 언론-홍보 이사는 “짧게는 1~2년 전, 길게는 4~5년 전에 당뇨병 전 단계 혹은 경미한 초기 당뇨병으로 진단된 후 적극적인 관리 혹은 추적 관찰을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심각한 고혈당으로 오는 환자가 많다”며 “지금은 혈당 조절이 잘된다고 해도 한번 망가진 신장과 망막은 되돌릴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환자 교육 관리 인프라 허술
혈당이 제대로 관리되고, 합병증 발생을 막으려면, 당화혈색소는 6.5% 밑으로, 공복 혈당은 80~130(mg/dl)이 유지되어야 한다. 아울러 매년 발 궤양, 콩팥과 망막 합병증 검사,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체크되어야 한다. 환자들은 이런 관리 원칙을 교육받고, 자신에게 맞는 식이와 운동 방법을 교육받아야 한다. 포괄적인 당뇨병 교육만 잘 받아도 합병증 발생이 절반 이상 줄고, 입원하는 비율도 50% 낮아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당뇨병 환자 교육과 통합 관리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 환자가 알아서 각자도생하는 식이다. 당뇨병 진단을 받아도 교육받으러 갈 곳이 없다. 그나마 보건소에 ‘고혈압 당뇨병 등록 교육센터’가 있는데, 전국 258개 보건소 중 31개만 운영하고 있다.
대학병원 당뇨 교육실에 의료수가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다 보니, 근무 간호사 절반이 1-2년 경력자들로 채워져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운동치료사를 채용한 곳도 거의 없다. 동네 병원 의사들이 환자 교육에 참여하는 만성질환 관리 사업에도 전국 의원 3만4000여 개 중 3700여 곳만 참여하고 있다.
김대중(아주대의대) 대한내분비학회 보험이사는 “방치되고 숨어 있는 당뇨병 환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국가건강검진에 당뇨병 당화혈색소 검사를 추가해야 한다”며 “교육 인프라를 늘려서 먼저 중증 위험이 큰 환자들은 1년에 한 번 전문 교육을 받도록 해야 초고령사회 당뇨 대란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은 당뇨병 관리 어떻게 하나]
북유럽, 교육 안받으면 건보 적용 안해줘
일본은 범국가적 대책 기구 출범
대만은 의사가 환자 일대일 교육
당뇨병은 생활 습관 변화와 행동, 정기적인 검진과 검사에 따라 합병증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기에 선진국들은 범국가 차원에서 당뇨병 환자 교육에 나서고 있다. 고령화와 비만화를 우리나라보다 앞서 겪고 있는 일본은 당뇨병 환자가 950만여 명에 이른다. 일본은 2005년부터 일본의사회, 환자 단체인 당뇨병협회, 당뇨병 학회 등이 모여 범국가적 당뇨병 대책 기구를 출범시켰다. 우리의 시도에 해당하는 도도부현 47곳에 지부를 설립하고, 당뇨병 환자를 등록시키고, 환자를 동네 의원에 보내 당뇨병 치료 체크 시트를 작성케 했다. 교육 간호사, 영양사, 운동치료사 단체 등이 참여하여 식이 운동 등 포괄적인 당뇨병 관리 및 합병증 예방 프로그램을 돌린다. 교육 비용은 건강보험이 지원한다.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곳곳에 당뇨병 교육 센터를 열고,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일정 시간 이상 교육받지 않으면 당뇨병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주지 않는다. 교육 전문가를 양성하고, 환자들에게는 거의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다. 3~6일간 숙박하며 이뤄지는 심층 교육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한다.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병원이 정부에서 인증받은 당뇨병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환자 유형별로 필수 교육 항목이 명시돼 있고, 교육은 환자와 강사, 일대일로 진행된다. 환자 한 명이 이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되면 18만원을 센터에 지급한다. 중증 환자에게는 인슐린 주사 치료에 대한 교육이 별도로 이뤄진다. 대만에서는 환자와 주치의 사이에 일대일 교육이 진행된다. 약물 투여에 따른 정보 제공과 1년간 당뇨병 자기 관리 교육이 건강보험 지원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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