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敎/졸업현장풍경

더덕 농장의 무한 변신

 

아버지는 더덕 재배 딸 부부는 브랜드 운영

한국농어촌공사  [2025] 흙사랑 물사랑 2월호

 
 
 

 

도시에 살던 딸이 돌아와 더덕 카페를 차렸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키워온 더덕의 가치를 이어가겠다는 일념으로
충남 예산에 귀향한 딸과 사위의 이야기.

글 임산하 사진 김규남
 

더덕을 지키기 위해 더덕 농사에 뛰어들다

검은 외벽에 ‘DEODEOKMONG’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인 간판. 주변 식당과 다르게 파격이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행을 반기는 건 온기다. 우드 톤의 실내가 외관과는 전혀 다른 반전을 선사한다. 이곳은 10여 년간 도시 생활을 하다가 귀향한 젊은 부부, 김예슬·강수일 씨가 운영하는 카페다. 카페 이름 ‘더덕몽’에서 알 수 있듯 더덕으로 만든 음료와 제품을 판매한다.
“더덕몽에서 사용하는 더덕은 모두 저희가 직접 농사지은 것입니다. 할머니가 일군 더덕 농사를 아버지가 이어받았고, 이제는 저와 제 남편이 그 가치를 계승하고 있죠.” 예슬 씨의 말이다.
부부의 고향은 충남 예산. 서로가 첫사랑인 부부는 중학생 때 고향에서 만났고, 지인으로 연을 이어오다 결혼했다. 그러고는 퇴사 후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났다. 비행기 승무원이었던 예슬 씨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수일 씨 모두 자유를 얻은 2년 동안, 부부는 큰 결심을 했다. 조용하고 평온한 삶을 찾아 어릴 때부터 살아온 시골에 정착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그곳을 고향으로 정한 건 ‘더덕’ 때문이었다.

 
더덕몽에서 판매하는 제품
 

“저에게는 더덕이 정말 익숙한 작물인데, 여행을 하는 동안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어요. 더덕이 정말 먹고 싶었지만, 보통 한국에서 자생하는 더덕이 있을 리가 없었죠. 그래서 이걸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계에 더덕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도 품었습니다.”
다시 돌아온 고향. 그러나 예슬 씨의 아버지는 딸을 반기지 않았다. 자식만큼은 고된 농사를 멀리하고 살기를 바랐다. 하지만 예슬 씨에게 더덕은 할머니를 기억하게 하는 연결 고리였고, 아버지의 삶이 담긴 작물이었다.
“아버지는 ‘평범하지 않은 농부’였어요. 더덕 씨앗과 더덕을 지키기 위해서도 농사를 지었지만, 단순히 농사만 짓진 않으셨어요. 새싹더덕을 개발하셨고, 가양주로 더덕주도 빚었죠. 더덕을 이용해 다양한 도전을 계속하셨어요. 아버지 덕분에 저도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예슬 씨는 집안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특용작물학을 전공하며 더덕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그 모습에 아버지는 마음을 열었다. 딸과 사위는 그렇게 3대 후계자가 되었고, 이제는 40년을 넘어 더 긴 역사를 함께 써나가고 있다.

 
맛과 영양이 풍부한 더덕몽의 더덕
긴 세월 더덕을 재배하며 ‘삽다리농장’을 이어온 아버지
 

더덕을 활용해 탄생시킨 가공식품

2021년 고향으로 돌아온 부부. 그러나 현실은 모질었다. 더덕 농사를 짓고 또 지어도 돌아오는 것은 줄어드는 통장 잔고였다. 단숨에 수입을 낼 것이라고 크게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막상 실제로 마주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평안한 삶을 꿈꾸었는데, 자칫 모든 걸 포기해야 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더덕을 지키면서도 이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저희가 더덕 가공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힘을 쏟은 부부는 ‘더덕몽’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더덕무침·더덕라떼·더덕쿠키·더덕포 등의 제품을 개발했다. 지난해 1월 1일에는 카페 ‘더덕몽’도 문을 열었다. 그사이 약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열심히 발품을 판 부부는 예산군농업기술센터 ‘농업인 소규모 창업기술 지원사업’과 중소벤처기업부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 등의 도움과 여러 전문가의 컨설팅으로 가공식품을 완성했다.

 
(좌)더덕몽 브랜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카페 (우)더덕 가루를 활용해 만든 더덕쿠키
더덕을 수확하고 있는 아버지와 딸 부부
 

“백종원 대표님이 예산시장에서 교육할 때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그곳에서 요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만든 것이 더덕무침이에요. 그리고 더덕라떼는 ‘식품클러스터 지원사업’을 통해 저희가 개발한 라떼에 대해 컨설팅을 받았고, 더덕쿠키는 저희와 동향이자 춘천감자빵을 탄생시킨 홍상기 셰프님을 직접 찾아가서 배웠어요. 더덕포는 박찬일 셰프님이 참여한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그곳에서 도움을 받아 개발하게 되었죠.”
각 제품에는 가업을 잇겠다는 결심을 쉽게 저버리고 싶지 않았던 부부의 마음도 담겨 있다. 제품은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지만, 카페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카페는 더덕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는데, 더덕을 만져보거나 향을 맡아볼 수 있으며, 더덕이 어떻게 자라고 또 더덕몽이 어떤 역사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더덕라떼 한잔 음미하며 둘러보면 카페 곳곳에서 더덕을 향한 부부의 진심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더덕포를 만들기 위해 건조한 더덕에 유장을 바른다.
 

지역을 넘어 널리 뻗어갈 더덕몽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뭐든 정성을 다하는 것. 이를 알기에 부부는 더덕 농사에도 진심을 쏟는다.
“저희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방식 그대로 더덕을 재배하고 있어요. 그래서 맛과 영양이 풍부합니다. 그리고 식용으로 쓰기 때문에 아삭한 식감을 위해 2년생으로 더덕을 키우고 있죠.”
2만m2(약 6,000평) 땅에서 매해 수확하는 더덕은 약 3톤. 그런데 더덕은 연작이 불가하기 때문에 늘 좋은 땅을 찾아야 한다. 이제야 5년 차 농부가 된 부부가 알맞은 땅을 찾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
“항상 아버지는 더덕 농사의 8할이 땅이라고 하세요. 땅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더덕이 잘 크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매년 땅 보는 눈을 기르려고 하는데, 아직 쉽지가 않네요. 앞으로 더 노력해야지요.”

 

 

딸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더덕몽
밝게 미소 짓는 김예슬 씨(오른쪽)와 강수일 씨
 

농부이자 브랜드 대표 역할에 충실한 부부는 올해 더덕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수일 씨는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박록담류 전통주 이수자 2기’ 과정을 밟았다. 부부는 손님들이 더덕주를 담아갈 주전자를 들고 카페에 오는 상상을 한다.
2월부터는 현대백화점 팝업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더덕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더덕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해 더덕의 가치를 높이는 것.
더덕몽은 더덕을 알리고, 부부의 꿈을 더덕으로 이루자는 목표가 담긴 이름이다. 꿈꾸는 자는 시들지 않는다고 했던가. 김예슬·강수일 씨 부부에게서는 땅속에서 방금 캔 더덕처럼 풋풋한 향이 난다.

 

김예슬·강수일 씨 부부의 가업 잇기 TIP

1. 브랜드와 가공식품 개발로 판로 개척예슬 씨 부부는 ‘더덕몽’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고, 여러 가공식품 개발로 판로를 확장하고 있다. 더덕을 활용해 더덕무침·더덕라떼·더덕쿠키·더덕포 등을 개발했고, 특히 더덕포는 특허를 받아 더덕몽의 입지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2. 브랜드를 함께 홍보하는 카페 운영카페 더덕몽은 자연스럽게 더덕몽을 소개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카페에서는 더덕라떼 등 더덕이 들어간 음료를 맛보거나, 더덕을 직접 만져볼 수 있고, 더덕몽의 브랜드 스토리도 알 수 있다.3. 여러 지원사업 참여로 컨설팅받기더덕 농사는 아버지에게 배우면 되지만, 가공식품 개발은 다른 영역이었다. 예슬 씨 부부는 다양한 지원사업에 신청해 브랜드와 가공식품 개발 컨설팅을 받아 더욱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더덕몽
주소 충남 예산군 삽교읍 도청대로 830-3
문의 041-338-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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