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맥상통하는 동지들
(이 글은 1998년 한국농업대 특작과 1기생이 실습을 떠난 후에 쓴 글임)
가을이 깊어 가는 아담한 캠퍼스는 2맥들의 바뿐 걸음과 웃음 속에 깊어간다. 기숙사의 불빛만큼이나 환하고 진지하던 그대들의 얼굴들이 참으로 그리워질 가을 창가에 서서 한해를 생각해 보니 그대들이 학교의 가장 큰 버딤목이며 든든한 힘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2맥들이 새날을 위한 준비를 하고 긴 인내의 끝에 서서 귀향을 꿈꾸는 그대들과 함께 상통했던 그날을 그려본다.
우리시대의 안중근, 초대회장 병학의 외길, 그 길 뒤에는 언제나 따스한 사랑이 있었다. 연중무휴 안방극장을 운영하던 똘마니 대장 세구는 마음이 부처고, 충청도 색시로 갑자기 여드름 꽃밭이 된 관희 방은 1등 open room, 지독한 성실성으로 현장교수를 울린 경상도 보리문둥이 담원이, 근육질로 캠퍼스 대종상에 도전 했던 의리의 돌쇠 대종이는 명 총무 이었고, 후배 여학생의 사생활을 모두 취재하기 위해 매주 상경한다던 병진이는 책임감이 유달리 강했다.
학생회장 선거에 1표차 박빙의 승리를 거두었던 작은 거인 승희는 농촌사랑의 큰 뜻을 실천하리라. 밤마다 큰 코를 벌름거리며 사발면을 찾았던 도야지 훈수는 소문난 효자, 개나리 황태자 영만이는 여자와 기름 냄새만 맡으면 잠에서 깨어났지.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 장호는 우리의 만남을 기름지게 했다. 이제는 지리산 함양약초원에서 인생의 깊이를 캐고 있지, 화려한 이상의 날개를 꿈꾸던 명예동지 영대는 아주 가까운데서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언젠가 인간답게 살겠다고 밤하늘에 구멍을 내던 진태는 아침 해장국 모임의 대표, 농전 총각들과 유부남(?)의 애간장을 녹이던 철배는 군대를 자원했고, 백장의 키스 신을 모은다며 속을 뒤집던 털보 청이는 아픔만큼 성숙한 가슴을 지녔다. 한 잔하면 헐크가 되던 태일이가 술과 담배를 끊었다니 기쁜 일이다. 성공시대 주인공 이상수 현장교수를 감동케 한 광재의 실습 모습은 한농전의 얼굴이고 정신이다.
깊은 사색과 젊음을 지닌 두 얼굴의 사내 기범이는 장래가 촉망되는 우리 과의 기호 1번, 토종인삼으로 미국여자들을 울리고 왔던 촌머슴 선민이는 든든한 일맥의 가슴이고, 강의실에 들어서면 백설 공주의 꿈을 꾸던 젊은 그대 장근이는 어서 잠깨어 오라. 군에 간다고 차에 오르며 비로소 특작과의 뜨거운 우정을 느꼈다던 재성이는 밤하늘에 울려 퍼질 우리 음성을 기억할 것이다.
시국이 하수상하여 잠 못 이루던 해군 중장 한서는 죽령아래 스위트 홈에서 작약 꽃 사랑 속에 잠자고 있다. 밤의 사령관 홍범이는 초원의 꿈을 이루어낼 붉은 악마, 어둠속에서도 빛을 찾는 율리시즈 광수는 아픔 속에서도 빛나는 99년을 맞이할 것이고 강원도 두메의 학생회장 출신 이상목이는 사막에서도 살아나는 몽고메리, 내성적이지만 성격이 반듯하고 착하디착한 석현이는 일등 실랑 감이다.
일맥정신을 다듬어온 초대 자치회장님 병주는 팔봉산 정기로 우리를 이끌 삿갓도사, 새벽 같이 일어나 잠 깨우던 새 나라의 어린이 동홍은 검도의 달인, 한잔하면 형님 하자던 0시의 사내 영민의 꿈은 약초버섯갈비 사장, 뛰어난 글 솜씨를 자랑하는 족구의 달인 종국은 정선 아라리 농장을 세우리오. 한농제 때 약초담배로 장사하다 부도내고 잠적했던 과대표 규서는 진정한 농심으로 황무지에 꽃을 피우리라.
훌쩍 커버린 키가 신기하기만한 막내둥이 상윤이는 속이 꽉 찬 영지버섯, 오락부장으로 장수를 누리는 초대 편집국장 용국이는 농전 정신을 창조했고, 농장실습 때 몸조심 할 것을 보여준 사나이. 머리 자르니 더욱 멋있는 영원한 리포트맨 인섭은 모두가 좋아하는 yes man, 우리 과의 맏형 제갈공명 호전이의 젊은 지수는 방년 18세, 아, 20대 기수론을 들고 대권에 도전하던 걸레 연수는 현장실습에서는 모범이였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멀리보고 넓게 헤아리는 지혜를 가진 환경맨 전관희는 김종숙 교수님의 사랑 1순위, 가을의 열병을 알았던 귀여운 애교동이 하영이, 입영일자 받아 놓고 그리도 성실했던 영일이 지금은 늘름한 대한의 육군, 밤새워 인생을 논하며 내게 도전장을 던지던 정노리스 재홍은 도서관 이용횟수 1위인 독서광이다.
외로워 외로워 옥경이를 찾는 태진이는 머리 좋고 착한마음의 소유자, 한 잔 술에 얼굴이 붉어져도 중심을 잃지 않는 우정의 대명사 영묵이는 ??동생 애인 1순위, 평창과 포천골짜기에서 잃어버린 시간과 인생을 깨는 귀공자 형진, 팽이를 돌리고 느타리로 땀 흘리는 성숙한 영혁, 법 없이도 살아갈 규식이는 모두가 편한 무릉도원을 만 드리라.
장대비를 맞으며 봉사활동을 주도하던 미진아빠 병국의 육자배기 탁주잔이 그립구나. 경동시장 견학 때면 빛나던 경호대 시대를 떠올리던 국제통 기수, 늦잠자다 시험에 상습적으로 늦게 오던 청규는 은근 슬쩍 할 말 다하는 소신파, 그리고 지금 열심히 준비하는 이 맥들 까지도 일맥은 상통 할 것이다.
그대들, 이제는 현장실습을 마치고 돌아올 문턱에 왔다. 거친 들판에 푸른 솔처럼 농업의 아픔과 비전을 몸으로 체험했다. 성숙해져서 다시 만나게 될 한농전의 지성들이여 참담히 견디어온 젊음이 그어놓은 장소에 다시금 물을 주어 가꾸면서 혼합되지 않은 순수한 그대들의 땅을 세워 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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