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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우시인시선

13월의 수첩

13월의 수첩 /우은숙

                                     


1. 다른 세상

내 이마를 밟고 가는 아침저녁 거두고

가끔씩 지구밖에 앉아 휴식을 구한다

파릇한 낯설음의 떨림

끌어안는 찡한 새벽


2. 세상보다 무거운 달력 한 장

지는 해 끌어내려 애기 하나 더 낳아볼까

펄럭이는 달력 한 장 세상보다 무거워

이름표 달지 못한 채

바람소리만 윙윙윙


3. 끝없는 허기

나팔꽃은 더 피어, 사랑을 열매 맺고

바람은 더 불어 큰북을 쳐야한다

한 모금 시간을 갈구하는

끝없는 나의 허기


4. 길 찾는 시간

시간도 목마름이 견디기 어려워

백일홍 꽃등을 휘적휘적 넘는걸까

허공에 벗어놓은 신발

사막을 건넌다


5. 숫자 없는 달력

1, 2, 3,……29, 30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새가 되어 날아가고

여유 찾은 백지 한 장

그 위로

동백꽃 한 잎

짜릿하게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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