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정한수
정한수, 다른 사람이 긷기 전 제일 먼저 나가 퍼올린 우물물
군에 간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꼭두새벽에 우물에 나가 정한수를 길러 왔다. 먼저 우물에 한번 절을 올린 다음, 조심스럽게 물을 길어와 그 물을 하얀 사발에 가득 담아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천지신명께 치성을 드렸다. 원래는 정한수가 아니라 ‘정화수(井華水)’인데 정화수를 떠놓고 자식 잘 되기만을 비시는 어머니들의 눈물과 정한까지 더해서 ‘정한수’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우리는 어머님 사랑 하나만으로도....
정한수는 이른 새벽에 처음 길은 우물물을 말하는데, 물의 으뜸으로 꼽힌다. 새
벽에 처음 길어온 우물물인 정화수는 하늘의 순일한 정기가 몰려 있으니만큼 한약을 달일 때 많이 쓰였다. 물의 성질은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주로 정성을 들이거나 약을 달이는 데 쓰고, 그릇에 담아서 술이나 식초에 담가 두면 변하지 않는다. 남편이나 자식의 과거급제를 바라는 어머니와 아낙네들이 정화수 한잔 떠 놓고 빌었던 것은 정화수의 효력이 하늘에 까지 미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특히, 가을로 접어드는 입추 때의 정화수는 학질과 이질 등 백병을 물리치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입에서 냄새가 나는 것을 없애고 얼굴빛을 좋아지게 하며, 눈에 생긴 군살과 막이 눈자위를 가리는 병을 없애 주고 술을 마신 뒤에 생긴 설사도 그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차를 넣고 달여서 마시거나 머리와 눈을 씻는 데도 좋다고 한다. 중국 명나라시대 이시진(李時珍)이 본초강목에서 절기수(節氣水)라 하여 계절에 따른 물의 효능에서 기술하고 있다.
아울러 입춘 청명 때의 물을 신수(神水)라고 하는데 비위기능이 약해서 소화를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사람의 약을 달이는데 쓰거나 이 물로 약주를 빚어 먹으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고 한로 동지 대한 소한 때의 물은 오장육부의 기능을 강화하고 몸에 나쁜 담과 적취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추로수(秋露水)는 가을에 내리는 이슬인데, 소갈(消渴)을 멈추게 하고 이슬처럼 몸을 가볍게 만들며 동상(冬霜)은 겨울에 내린 서리로서 술을 마신 뒤에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감기로 코가 막힐 때 효과가 있고, 하빙(夏氷)은 여름철의 얼음을 말하는 것인데 열이 나서 답답한 것을 없앤다고 했다.
물 중에서 효능이 잘 알려진 것은 지장수(地漿水). 지장수는 예로부터 해독에 뛰어난 효과를 가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의보감은 독버섯을 먹고 생명이 위험할 때는 지장수가 아니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본초강목은 약물과 병균독은 물론 어육과 과일 채소 등을 잘못 먹고 중독되었을 때 지장수가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지장수를 만드는 방법은 우선 황토를 파낸 뒤 물을 3척 깊이로 붓는다. 그 다음 물이 흙과 골고루 섞이도록 잠시 동안 휘저어 물을 흐리게 만든 뒤 흙이 가라앉으면 그 위의 맑은 물을 마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장수는 토장(土漿)이라고도 한다. 하늘이 아버지라면 음의 기운을 가진 땅은 어머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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