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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생약이야기

들로 내려온 생약초 2

들로 내려온 생약초

산 떠났지만 약효는 ‘명성 그대로’  당귀·황기 약용작물로 육성  식재료 등 용도 넓혀 ‘대중화’

2008년 10월 25일 (토) 강원도민일보/강병로

   

산 기운이 들로 내려왔다. 완연한 가을. 정상에서 흩날리기 시작한 낙엽이 산중턱을 거쳐 마을 어귀에 눈처럼 쌓인다. 스산하다. 산골 노인은 이삭줍기에 바쁜 할머니의 잔소리에도 아랑곳없이 하릴없이 뒷마당을 서성이고…. 무엇을 할까. 노인의 눈이 반짝 빛난다. 망태기를 걸머메고 부리나케 사립문을 빠져나간다. 허리춤에 꼭 동여맨 주먹밥과 호리병에 가득 담긴 밀주. 이만하면 마을 뒷산 ‘약초산행’은 거뜬하다. 도라지와 잔대, 둥굴레, 오미자, 마가목이 가득한 산. 청설모와 다람쥐가 미처 먹지 못한 밤과 가래는 덤이다. 어쩌면 으름덩굴을 만날 수 도 있다. 노인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저 산, 저 계곡 뒤에 숨은 보물이 눈에 선하다.


   
▲  황기 잎줄기와 꽃.

가을산의 향연

낙엽을 들추고 찾아내는 가을 산의 영약은 토실토실 살이 올랐다. 여름 내내 뿌리를 살찌운 잔대와 도라지 더덕 지치 둥굴레 삽주 등 뿌리 생약초는 동토의 세월을 이겨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약초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먹잇감이다. 뿌리줄기를 창출 또는 백출이라는 약재로 쓰는 삽주뿌리는 ‘신선의 약초’로 불릴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한의학에서는 삽주 뿌리가 발한·이뇨·진통·건위 등에 효능이 커 식욕부진과 소화불량, 위장염, 감기 등의 약재로 쓴다. 새봄에 나는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숲이 우거져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없지만 잔대도 빼 놓을 수 없는 생약초다. 봄철에 어린 순을 나물로 먹듯 잔대는 뿌리와 줄기 잎 모두 훌륭한 야생 산채이자 약초이다. 늦은 여름 산행에서 잔대 꽃을 만나면 마치 불꽃놀이를 보는 착각에 빠진다. 팥알보다 조금 큰 꽃무리가 가지 끝에서부터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마치 유성이 밤하늘에 수를 놓는 느낌. 꽃이 예쁘고 사삼, 딱주기, 제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처럼 잔대의 효능도 특별하다. ‘사삼’이라는 이명에서 알 수 있듯 사포닌과 이눌린이 풍부하다. 칼슘과 인 비타민A가 다량 함유돼 있는 것도 특징. 한방에서는 거담 진해 건위 강장제 등의 약재로 쓴다. 민간에서도 기관지염이나 기침, 대하증, 복통, 강장제 등으로 넓게 사용됐다. 최근 연구에서는 잔대에서 ‘lupeone’이라는 특수성분을 분리, 류마티스 관절염과 항종양, 세포독성 등에 효과가 크다는 점을 입증했다.

강원대학교 BT특성화학부 함승시 교수는 ‘잔대의 기능성 제품개발을 위한 성분분석 및 생리활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잔대 추출물이 암세포 억제 효과에 탁월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함 교수는 연구를 통해 “자궁암 세포에 대한 잔대 추출물 및 분획물의 억제효과를 검토한 결과 최고 농도에서 70%이상의 억제율을 나타냈으며, 간암, 유방암, 위암 및 폐암세포에 대한 억제율도 높았다”고 밝혔다.

산 도라지와 더덕 지치 둥굴레 만삼 등의 뿌리 약초도 가을 산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보약’이다. 그 보약들이 사람의 손에 이끌려 들로 내려왔다. 황기가 대표적인 예다.

 

민간 약용작물 ‘황기’

약초를 구하기 위해 산에 오르는 일은 적지 않은 품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 인내를 덜어주기 위해 몇몇 약초꾼들이 약초를 하산시켰다. 당귀와 오미자, 오가피, 산삼(장외), 황기, 삽주 등이 대표적인 하산 생약초다. 특히 당귀와 황기는 재배기술의 발달과 연구에 힘입어 민간 약용작물로 탈바꿈 했다. 국내 대표적인 황기 재배지인 정선군은 황기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를 통해 농가소득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정선농업기술센터(소장 최대성)는 올해 정부로부터 ‘황기 특성화사업 작목단’으로 선정돼 황기에 관한 집중적인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전국 생산량의 20~30%를 점유하고 있는 정선지역의 연 황기 생산량은 600여t 으로 농가소득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정선농업기술센터 최유순 연구원은 “허약체질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황기는 약초 가운데 재배적응력이 비교적 높은 작물”이라며 “수익성도 높다”고 밝혔다. 정선에서는 현재 250농가가 300㏊의 면적에 황기를 재배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황기가 강장, 지한, 이뇨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으며 신체허약 및 피로 등을 해소해 주는 약재로 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황기백숙 등 다양한 식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최유순 연구원은 “황기는 약재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식은땀을 흘리거나 말초신경 질환 등에도 처방한다”며 “식재료로 사용 범위를 넓힐 경우 용도가 훨씬 다양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배 연도에 따라 황기는 당년근과 2년근, 3년근, 5년근, 7년근 등으로 나뉘며 오래된 황기일수록 약효가 뛰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강병로 brkang@kado.net

생약초 효능

   

▲  삽주뿌리는 한의학에서 발한·이뇨·진통·건위 등에 효능이 커 식욕부진과 소화불량, 위장염, 감기 등의 약재로 쓴다.

   
▲ ■잔대는 한방에서 거담 진해 건위 강장제 등의 약재로 쓰인다. 또 최근 류마티스 관절염 등에 효과가 크다는 점이 입증됐다.

   
▲ ■황기는 신체허약 및 피로 등을 해소해 주고 최근에는 말초신경 질환 처방에도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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