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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성군 청일면 신대리 이철순 이장이 산양산삼을 캐 보이고 있다. 김정호 |
한 모금의 향기와 빛깔, 그리고 맛이 그리운 계절. 가지 끝에 남은 이파리가 바람 앞에 애처롭다. 절기는 훌쩍 겨울로 뛰어 들었다. 입동이다. 잎줄기는 떨어져 낙엽으로 남았다. 뿌리식물의 인내가 시험대에 오르는 시간. 산삼은 참으로 영악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생명을 연장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뿌리에 생긴 가로줄과 싹을 틔웠던 뇌두로 나이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 추위에 맞서 땅속으로 파고드는 강인함도 갖췄다. 산삼을 만나기란 참으로 어렵다. 다만 사람의 손에 의해 길러진 산양산삼으로 산삼의 약효를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산양산삼의 최적지로 꼽히는 강원도. 스산한 겨울 초입에 횡성군 청일면 산양산삼 재배지를 찾았다.
당뇨·암·중풍 효능 ‘탁월’ 체질 강화 등 ‘만병통치약’ 도 재배 최적지로 손꼽혀
삼의 천국
봉황의 모습을 닮은 횡성군 청일면 신대리 봉복산. 산골 오지마을의 정수를 보여주는 신대리는 봉복산과 신대계곡을 거느린 산삼마을로 유명하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농경지는 물론 산 전체에서 약초 향기가 물씬 묻어난다. 약초향기가 가시지 않는 만큼 사람들의 얼굴빛깔도 곱다. 낙천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바쁘고 거친 삶은 어울리지 않는다. 매사에 느긋하고 여유로운 생각에 파묻혀 산다. 신대리 이철순(57) 이장의 삶은 이 마을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자연이 준 선물이 없고서야 이렇게 여유롭고 유머스러울 수 있을까? 봉황의 전설이 서린 신대리는 아주 특별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산과 계곡 외에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던 이 마을이 유명세를 타기까지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1990년, 신대마을에 아주 특별한 작목반이 탄생했다. 이철순 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 10여명이 희귀약초작목반을 구성한 것. 희귀약초는 산양산삼을 뜻한다. 지금까지 이 마을에 뿌려진 산삼 씨앗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재배지도 900만㎡를 웃돈다. 처음 28만㎡에서 시작된 재배지가 이렇게 늘기까지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산양산삼이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을 가꾸는 등 연구에 연구가 필요했다. 결국 주민들의 이 같은 노력은 성공했다. 희귀약초작목반의 노력에 힘입어 신대마을 전체가 약초마을이 됐다. 이 마을에서는 산양산삼 이외에 도라지와 더덕 등 약초작물이 대거 재배된다. 주민소득도 높다. 소득이 높은 만큼 주민들의 삶에도 여유가 묻어난다.
삼의 효능
모든 풀의 왕이며 신선의 약초로 불리는 산삼. 산삼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고 선망하는 산삼은 그 비밀이 현재까지 흔쾌히 풀리지 않았다. 비밀이 풀리지 않은 만큼 산삼에 대한 맹신도 그만큼 높다. 산삼의 약효를 설명하는 연구서 대부분은 강장, 당뇨병, 갖가지 암, 저혈압, 허약체질 개선, 중풍, 면역강화 등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왠지 부족하다.
러시아에서 진행한 산삼에 대한 연구실적은 그래서 흥미롭다. 생쥐를 대상으로 피로회복 정도를 실험한 결과 인삼과 산양산삼(장뇌) 산삼의 결과에 큰 차이가 났다. 삼을 먹이지 않은 쥐의 활력도를 100%로 가정했을 때 인삼은 124%, 산삼은 136%로 나타났다. 수영 능력에 대한 평가는 더 놀랍다. 인삼을 먹은 쥐는 156%, 장뇌삼은 167%에 그친 반면 산삼을 먹은 쥐의 수영 능력은 210%로 나왔다. 이처럼 삼의 효능은 다양한 임상실험과 과학적 실험으로 그 결과가 입증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삼에 대한 연구는 더 진행돼야 한다.
삼을 재배하는데 최적지로 꼽히는 강원도의 경우 삼척 태백 정선 평창 횡성 인제 화천 양구 등을 중심으로 산양산삼 재배지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일반인도 손쉽고 싸게 산양산삼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이 트인 것이다. 삼을 원료로 한 기능성 식품도 다양하게 개발돼 보급되고 있다. 농가엔 소득을, 소비자에게는 건강을 가져다주는 대표적인 약초가 아닐 수 없다. 강병로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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