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약초 어디서 구할까 | ||||||||||||||||||||||||
‘늦가을 시골장터’ 약방으로 변신 뽕나무·황기·칡 등 약재 한가득 경동·대구·금산 약령시장 ‘명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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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이 얼레지 장국입네다. 남측에서는 구경도 못 했지요? 한번 드셔 보시라요. 숙취해소에는 그만입니다”. 몇 년 전 금강산을 찾았을 때 북한 측 호텔 도우미가 건넨 말이다. 그녀의 말에 끌려 이른 아침에 ‘얼레지 된장국’을 입에 넣었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 이렇게도 먹는구나. 얼레지도 국을 끓이는 재료로 사용할 수 있구나’. 이른 봄, 가녀린 숨을 고르며 솟아난 얼레지 꽃잎은 애처롭다. 난데없이 눈보라에 파묻히는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개화가 빠른 탓이다. 그 얼레지가 이른 봄의 밥상을 또 다른 형태로 바꾼다. 동토를 깨치고 나온 자연의 힘이다. 지난 5월, 함백산 산행에서 얼레지를 제대로 만났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이었다. 기상이 악화되면서 해발 1500m 고봉엔 밤새 눈이 쏟아졌다. 얼레지와 바람꽃 괭이눈 등이 삽시간에 눈에 파묻혔다. 현호색도 눈깜짝 할 사이에 겨울에 파묻히고 말았다. 꽃잎을 열다 말고 잔뜩 웅크린 5월의 식물들. 동사할 줄 알았던 그 꽃들은 그러나 오후의 햇살과 함께 다시 깨어났다. 자연은 이처럼 경건하고 신비롭다.
생약초 시장 나들이 전문 약초꾼이 아니면 낙엽이 진 산에서 약초를 얻기가 쉽지 않다. 첫 서리가 내린 늦가을 산은 ‘보약 덩어리’나 다름없다. 그러나 일반인은 약초를 찾기도 어렵고 구별하기도 여의치 않다. 온갖 풍상을 견디며 자연의 힘을 비축한 뿌리 약초는 이때가 채취 적기.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을 견디고, 동토를 밀어낼 힘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장터가 온갖 약초의 전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이 때. 산과 들에서 채취된 약초는 촌로의 손에 갈무리돼 시장 한 복판에서 주인을 기다린다. 정선5일장과 평창, 봉평, 대화, 동해시 북평, 인제, 홍천, 양구, 화천 등 도내 시골장터는 생약초를 사고파는 목소리로 왁자지껄하다. 시골 노인들이 좌판에 깔아놓은 생약초와 건나물은 다양하다. 뽕나무 뿌리와 옻나무 껍질, 느릅나무 뿌리, 황기, 천궁, 작약, 칡, 겨우살이, 두충, 복분자 등 봄부터 가을까지 거둔 모든 생약초가 무더기로 쏟아진다. 한줌 또는 한 묶음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생약초를 바라보면 신기하다. 어설프게 약재를 설명한 종이쪽지도 이채롭다. 몸이 아프거나 아프지 않거나 ‘몸에 좋다’는 말에 이끌려 생약초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약초를 설명하는 촌로들의 주름진 이마엔 생약초의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느릅나무 껍질을 달여 마시면 위와 관련된 병에 탁월하다’, ‘뽕나무 뿌리는 고혈압 등 성인병과 관절염에 좋다’, ‘두충은 고혈압에 효과 만점’, ‘칡 뿌리는 간 기능 보호에 제격’, ‘복분자는 부부금슬에 효자’ 등 짧지만 간결하게 생약초의 효능에 대해 설명한다. 그들의 생약초 설명은 어눌하지만 한의학 서적을 들추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생활속에서 우러나온, 제 몸으로 체득한 ‘생약초 체험지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난전과 시골장터에서는 국산과 중국산 한약재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촌로들의 심성이야 곱겠지만 그들을 이용하는 약삭빠른 상인들의 상술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터에서 제대로 된 생약초를 구한다면 ‘가을산의 정기’를 통째로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약초 전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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