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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생약이야기

생약초의 진화 9

생약초의 진화

생약초와 가까워지면 삶 풍요로워져/ ‘향토성’ 접목 특화… 한 작목 집중재배해야
국내 건강관련 천연물 시장 10조원 웃돌아

 

2008년 12월 13일 (토)                                                  강병로

 

   
▲ 이른 봄에 활짝 피어난 제비꽃. 어린잎은 나물로 무쳐먹거나 국으로 끓인다. 뿌리와 꽃은 피를 맑게하는 작용을 한다. 서양에서는 향료의 원료로 사용했다. 한방에서는 부인병과 발육촉진, 설사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어답산/강병로

 

 

 

 

 

 

생약초는 진화한다. 사람에 의해서다. 산에서 들로, 들에서 농가로 귀의한 생약초는 또다른 변신을 꿈꾼다. 차와 효소로 둔갑한 생약초는 차츰 내면의 비밀을 벗으며 속살을 내비친다. 생약초가 사람과 가까워질수록 생명은 연장되고 쓰임새가 넓어진다. 사람과 대화하고 호흡하는 생약초는 더이상 ‘비밀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생약초가 베일을 벗는 순간, 인간 세상은 그 만큼 더 풍요로워지고 생기가 넘친다. 생약초의 생존력도 마찬가지다. 사람에 의해 개체군이 넓어지고 종 번식이 활발해진다. 우량종으로 탈바꿈하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사람과 만나는 생약초는 비밀이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내재된 ‘신비로움’만 있을 뿐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에게 생약초는 식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생약초를 대할때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는 이유이다. 식물에 대한 경건함과 소박한 예의만 갖추면, 그 뿐이다. 생약초에 대한 연구는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활용도도 깊고 넓다. 일부 생약초는 대중화 단계를 넘어 필수 식품으로까지 대접받는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과 현장을 뛰는 매니아 덕분이다.

정선농업기술센터 최대성 소장은 흔치않은 생약초 전문가다. 정선에서 나는 나무 한뿌리,풀 한포기도 예사롭게 다루지 않는다. 그의 열정적인 노력에 힘입어 정선땅에서는 오가피와 생열귀, 곤드레(고려엉겅퀴) 등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생약초를 재료로 탄생한 술과 화장품, 기능성 제품 등이 그의 작품이다. 그의 ‘육필 원고’를 통해 생약초에 대한 가능성을 살펴본다. 강병로



[전문가 기고] 생약초 산업과 전망

‘향토성’ 접목 특화… 한 작목 집중재배해야

   
      ▲ 최대성 정선농업기술센터 소장

소득 향상과 함께 식생활이 채식에서 육류 위주로 바뀌고 있다.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이유이다. 이 같은 병리적 현상을 치유하기 위해 탄생한 식품이 생약초 등을 활용한 기능성식품이다. 소비트렌드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생약초가 기능성을 함유한 작물로 자리매김하면서 수요에 따른 재배 면적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나 생약초 재배는 아직까지 기술 또는 경영면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지원체계도 전략적이지 못하다.

농산물이 최소한의 생명유지 수단으로 활용될 때에는 대량생산이 주효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소비의 개성화 시대’에는 소비자의 요구가 무엇인가를 파악, 생산 과정에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요즈음 여러 형태의 소비성향이 나타나고 있어 농가들이 이를 놓치거나 경영에 반영하지 못하면 영농실패로 귀결된다.

천연물을 활용한 기능성 물질 탐색 및 천연 물신약 개발이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동아제약의 스티렌갑셀(위염치료제) 및 SK제약의 조인스정(관절염 치료제) 등 2개 품목이 대표적인 천연 물신약 개발 사례다. 국제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천연물 의약품시장은 6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현재 의약시장에서의 천연물 의약품 연간 판매액은 400억 달러를 넘는다. 연평균 성장률도 15%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천연물 시장을 살펴보면 천연물 의약품 약 4000억원, 천연물 공산품 5000억원 등을 포함해 건강과 관련된 천연물 소재 시장이 1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물 의약품의 원료를 재배하고 장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농업은 WTO의 출범과 칠레와의 FTA 체결, 미국과의 FTA 협상 타결과 EU와의 FTA협상 개시로 어느 때 보다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의 농가인구 비율이 7%에서 2017년에는 4%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노령화 또한 심각하다. 매년 파종하여 육묘, 정식하는 생약초는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노동력 부족과 노령화에 의한 어려움을 타개할 대안이 바로 다년생이나 ‘수목 생약초’이다.

강원도는 1970년대 화전정리를 통하여 경사전(비탈밭)에 모두 나무를 심어었다. 그 후 홍수가 나도 흙탕물이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규제개혁 차원에서 경사지를 개간하게 한 뒤부터는 빗방울만 떨어져도 흙탕물이 쏟아진다.

경사지 고랭지 채소 밭에서 흘러드는 빗물로 더 이상 맑은 물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다. 특히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수계의 원수지역인 강원도는 초비상이 걸린 상태로 현재의 환경부 대책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영구적인 대안은 비탈밭에 생약초 수목을 심는 것이다. 도나 일선 자치단체가 전략적으로 생약초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나 재배해도 되는 생약초는 특화하기 매우 어렵다. 생약초에 ‘향토성’을 접목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또 누구나 재배할 수 있는 생약초가 아닌, ‘나 또는 우리만’ 갖고 있는 생산 및 가공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생산기술이 보편화된 생약초보다는 특수한 기술을 개발하여 지적재산권을 확보한다면, 적어도 20년은 독점적 지위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쓰임새 밖에 없는 생약초가 아니라 오가피처럼 새순은 산채와 염장식품으로, 줄기와 잎은 한약재로 사용하고, 열매는 와인과 음료로 활용한다면 위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1차 농업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1차 농산물에 대한 가공을 통해 2차 산업으로 끌어올리고, 관광과 유통을 접목하여 3차 산업으로 승화시키느냐가 우리농업의 성공 열쇠이다.

가공을 염두에 두고 생약초를 생산해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적지적작이 매우 중요하다. 모래밭에 고구마 심고, 황토밭에 땅콩 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기후와 토양, 입지여건을 무시한 시도는 실패만 부를 뿐이다.

생약초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여러 생약초를 동시에 개발하는 것은 한정된 인적, 물적 자원에 비추어 현실적이지 못하다. 한 작목에 집중적으로 몰입해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길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하이텍’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요즈음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는 ‘옥수수수염차’ 또는 ‘17차’ 등의 음료는 신약개발과 비교해 아주 적은 비용이 투입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매출은 웬만한 신약보다 높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하이테크산업만이 고소득을 보장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알맞은 기술과 재화투입의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좋은 계획과 전략이 있더라도 이것을 실천에 옮길 전문성을 갖춘 농업인이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농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주경야독하는 열정과 비젼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를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는 현장 농업인의 몫이다.<끝>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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