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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인삼이야기

하우스 묘삼(苗蔘)으로 키우는 '대박의 꿈'

 서영교 현장교수의 인삼 과학화

 한국농업대학의 현장교수로 현장에서 1년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서영교 회장의 야심찬 인삼만들기

 

 

▲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묘삼. 최고 길이 20㎝로 일반 인삼에 비해 3~5㎝ 길게 뿌리를 내렸다. /포천시 농업기술센터 제공

개성인삼의 고장 포천시가 '인삼 재배의 혁명'이라 불리는 하우스 농법의 민간 재배를 전국 최초로 성공시켰다. 포천시 농업기술센터(소장 이응규)와 서영교(55) 포천인삼연구회 회장은 최근 지난 가을에 심은 비닐하우스 묘삼(苗蔘) 1.5t을 수확한 데 이어 내년 수확할 묘삼 종자를 뿌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포천시는 비닐하우스 농법을 향후 다른 농가들로 확대, 전국에 전파할 방침이어서 인삼 종주국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일반 묘삼보다 우량한 1.5t 첫 생산

지난 17일 오전 11시 포천시 군내면 유교리의 한 비닐하우스. 도로변 농지 한 가운데 알루미늄 빛깔의 비닐하우스 2동이 나란히 서 있다. 각각 지붕을 3개씩 올리고 내부 공간은 틔워 놓은 '3연동 하우스'로, 2동의 합계 면적은 3300㎡(1000여평)다.

하우스 내부는 다시 한 번 탁 트인 밭이다. 무릎 높이로 쌓아 올린 너비 1m20㎝의 밭이랑이 수십 줄 종대를 지어 70여m까지 뻗어 나간다. 인부들과 함께 허리 굽혀 성토(盛土) 작업 중이던 서영교 회장이 고개를 들었다.

"보이시죠? 보통은 흙 높이가 30㎝면 되는데 우리는 40㎝까지 쌓고 있어요. 그만큼 우리 삼이 뿌리를 깊게 내린다는 거지요." 그는 지금 지난해의 흙을 하우스에서 모두 긁어내고, 각종 약재를 섞은 '약토'를 새로 까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서 회장은 이달 초 이 비닐하우스 2동에서 총 1.5t의 묘삼을 수확했다. 작년 가을 비닐하우스를 설치한 직후 뿌린 종자가 1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서 회장이 생산한 묘삼은 평균 묘삼 길이(15㎝)보다 긴 18~20㎝로, 토실토실 살찐 '우량아'다. 이 묘삼은 1채(750g) 당 5만~7만원에 팔려 투입한 종자 값(2800만원)과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5000만원의 순익을 냈다. 면적 단위로 계산하면 1년 만에 3.3㎡(1평) 당 5만여 원의 순소득을 올렸다.

올해 포천 일대에서 기존 방식으로 수확한 인삼 농가의 순익은 평당 2만원가량. 서 회장은 2.5배 돈을 더 벌어들인 셈이다. 그는 "지금 뿌리는 종자는 무농약으로 키워서 한 채당 10만원은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지난 17일 오전 11시 포천시 유교리의 묘삼용 특수 비닐하우스에서 서영교(55) 포천인삼연구회장이 인부들과 함께 성토 작업을 하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흙 긁어내고 약토로 채워… 고정 생산 가능

인삼 비닐하우스 재배, 왜 기존 방식보다 좋은 것일까. 인삼은 크게 종자를 뿌려 일종의 '인삼 묘목'인 묘삼을 기르는 1년여 간의 과정과, 이를 다른 밭에 이식한 후 4년근, 6년근 등으로 길러내는 과정으로 나뉜다.

기존 묘삼 재배 방식은 나무로 지지대를 세우고 검은색으로 염색된 차양막을 쳐서 기르는 것이다. 이 경우 급격한 기온 변화나 폭설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수확량의 변동이 큰 데다, 묘삼을 한 번 키워낸 땅은 곰팡이에 의해 '뿌리 썩음병'이 발생하고 지력이 쇠해 골칫거리다. 결국 다른 밭 작물을 기르며 수 년 간 땅을 놀리는 경우가 많다.

비닐하우스 재배는 이런 단점들을 보완했다. 마치 다락 공간을 만든듯 비닐하우스 내부 2.5m 상단에 떠있는 대형 차광판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비밀'이 숨어있다. 이 차광판은 얇은 알루미늄 판에 부직포를 양쪽으로 덧댄 것으로, 햇빛을 70% 정도 반사하고 나머지는 산란 투과해 온도와 일사량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특히 계절에 따라 차광판의 각도를 0~90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했다. 바닥의 흙은 마사토 등에 볏짚과 깻묵, 각종 생약 재료를 짓이긴 '약토'다. 묘삼을 수확한 뒤 긁어내 새로운 흙으로 채우는 것이 가능해져, 경작지를 옮기지 않고도 최소한의 땅에서 안정적인 수확을 거둘 수 있다.

하우스 묘삼 재배는 최근 몇 년간 전국의 몇몇 인삼 연구소에서 연구가 이뤄졌지만 민간 농가에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성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사(인삼과)는 "좋은 품질의 묘삼을 대량으로 수확한 건 서 회장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를 위해 2차례 이 농가를 찾았다는 전라북도 농업기술원 김동원 인삼담당원은 "기존 방식에 비해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품의 상등급 비율이 높다"며 "흙을 교체하는 비용 등 노하우를 보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인삼 종주국의 꿈

서 회장은 성토 작업을 마치는 대로 내년 수확분 인삼 종자를 뿌릴 예정이다.
'종자는 무럭무럭 자라 내년 가을이면 길이 20㎝에 이르는 초대형 묘삼이 되고, 수경 재배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급 인삼으로 거듭난다….' 서 회장이 꿈꾸는 포천 인삼의 미래다. 서 회장은 "비닐하우스 재배법을 완성해 세계 무대에서 인삼 종주국의 위상을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포천시 농업기술센터 유우연 농촌지도사(인삼담당)는 "이미 작년부터 전국의 내로라하는 인삼 연구가들은 한 번씩 서 회장의 농가를 둘러봤다"며 "내년부터는 희망하는 농가들을 중심으로 비닐하우스 농법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전국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입력 : 2008.11.24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