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리 가는길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 을지성당(2011년 4월 21일)
수원에서 인제까지 달렸습니다. 옛전우의 연락이 없었으면 잊고 지냈을 곳 "천도리(天桃里)", 특강을 끝내고 옛 제자의 트럭을 타고 옛날식 의자에 앉아 다가간 곳 "천도리(天桃里)", 멀리 그림처럼 을지성당이 보이고 성재희의 보슬비가 흐르는 테이프를 듣는 차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요.
바라만 보아도 충만했던 들판과 들뜬 가슴 속으로 휘감겨드는 은빛 갈꽃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향로봉 아래 민통선이 지척인 그 곳 이름만 들어도 가슴 저미는 곳 "천도리", 그 곳이 우리들의 땅이었습니다. 우리 젊은 시절의 편린이 남아 있는 곳, 우리 젊은 날 피와 땀과 눈물이 남아 있는 곳이 였었습니다.
젊은 그 시절 그 곳에서 누구보다 뜨겁던 사내들을 만났습니다.
검붉은 산고개에서 삽질을 하던 우리는 팬티바람, 비를 축축히 맞으며 행군해 갔던 필레약수터와 소줏잔에 어리던 사내들이 오늘밤 별처럼 스치웁니다. 그리고 오랜 후, 잿빛 바다 너머로 소리 없이 타오르면서 가라 앉는 태양을 보며 그 사내들이 그리워집니다.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 있는 강하고 알찬 인생이 번득임이 접촉되어 마음이 약동합니다.
1984년 이맘 때인가...! 우리는 귀둔리를 떠나 따블빽 메고 도착하니 바로, 이 곳이 "천도리", 2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갔지만 아직도 "천도리 추억" 에 가슴이 찡했습니다. 우리가 찾아왔던 곳은 약속의 땅 아닌 버려진 땅, 이주한 텅빈 부대 건물에 우리는 물을 주고 꽃을 심었지요. 그리고 고독한 남자들보다 더 고독하고 매마른 대지에 정을 주었었습니다. 그래서 더 그리웠던 가보다. 그래서 그 시절의 절망을 더 그리워했나 봅니다.
333관측대, 333관측대대, 야간훈련 때 산골짝에 높이 보이던 불빛은 그리움이 되였습니다. 싸리가지 낚시대로 쏘가리 눈치를 훔치던 연대강(江) 물에도 봄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난 27년 전의 강물은 학사장교 계급장도, 애증도, 아품 그리고 젊음까지도 가지고 흘러 갔습니다.
아 – 그리움은 슬픔인 것을, 그 강물은 흘러 갔고 세월도 빨리 지나가고 있는데 저 강물은 무심하기만 합니다. 오늘 추억어린 봄비만이 천도리 강물을 깨우고 있었습니다. 동지여 우리의 이 천도리(天桃里)를 아시나요.
그래서
그래서
지나간 것은 아름다우리니 -
추운 겨울, 자원입대하여 군생활을 하고 있을 제자들과
장기현장실습을 떠날 제자들에게 드리는 나의 옛 인생 추억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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