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행복하세요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 하루를 온 힘을 다하여 살겠습니다/
尹東柱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중
지금은 어느 일몰의 시각인가요. 한해가 저물고 다시금 여명의 날들을 기억하는 때에 내가 만난 인연의 당신, 원대한 출발을 기원합니다. 긴 머리 휘날리던 그해 겨울은 때로 따스했고 때로 가슴 저미도록 추웠습니다. 손끝이 시린 새벽, 성에 낀 창문 밖으로 열차가 떠나는 소리를 들었던 것도 그해 겨울의 일입니다. 연말의 상점에 가서, 그 많은 물건 중에서 겨우 카드 한 장을 사들고 돌아온 것도 그해 겨울의 문턱 이었습니다. 연말의 그 수선한 밤, 포장마차의 불빛 아래 앉아 언 발을 구르며 한 잔의 쓴 소주를 마신 것도 그해 오늘 이였습니다.
이가 시리도록 캄캄한 하늘에 박혀있던 그 푸른 별들을 오래 처다 보면서 우리들 귓가에 울리던 빈 바람소리를 들었던 것도 그 해 오늘 이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해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변신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추위 속에서 그해 겨울의 별빛을 생각하며 오늘 가슴에 빛나는 별빛을 생각합니다. 2011년, 수고 많으셨습니다. 2012년, 더 큰 비상을 기원합니다. 더 큰 행복을 기원합니다.
그해 겨울, 북해도 농민들과 교류회에서 저는 인사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사의 서두를 무엇으로 할까 고심하다가 농민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땅을 지키며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을 보며, 우리도 잘 아는 일본의 유명한 동화 한편을 소개하는 것으로 나는 인사를 시작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한그릇 메밀국수(一杯のかけそば)라는 제목의 이야기입니다. 수년 전에 읽었던 이 글은 바로 북해도 삿포로에 있는 메밀 국숫집 북해정(北海亭)에서 시작된 이야기였지요. 북해도 농업의 현장에서 메밀국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가슴으로 살아가는 농민들과 감동과 용기를 공감했던 유명한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이 이야기로 한해를 보내며 또 한해를 맞이하려 합니다.
일본의 홋카이도(北海道)에 북해정(北海亭)이라는 메밀국수 집이 있었다. 한해 마지막날 세모국수를 먹는 풍습이 있기 때문에 메밀국수 집으로는 일년 중 가장 붐비는 12월 31일, 밤 10시를 넘어 바쁘던 하루 일을 마감하려 할 무렵, 두 사내아이의 손을 잡은 채 젊은 부인이 가게 안에 들어섰다. 부인은 “저....메밀국수....한 그릇만 시켜도 되나요...” 라며 조심스럽게 메밀국수를 주문하고, 메밀국수 한 그릇을 세 모자는 맛있게 먹었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운 세 모자는 메밀국수값 150엔을 치르고, ‘잘 먹었습니다’ 라며 문 밖으로 나섰다.
그 다음 해 섣달 그믐날 밤이 다가왔다. 작년 이상으로 붐비었던 하루를 접고 가게 안을 챙길 무렵, 드르륵 소리를 내며 출입문이 열리며 부인과 두 꼬마가 들어왔다. ‘저, 메밀국수 한 그릇만 시켜도 되겠어요’ 라고 미안한 듯 주문을 해왔다. 여주인은 작년의 그 자리인 난로 옆 2번 테이블로 모자를 이끌었다. 메밀국수 한그릇을 세 가족은 맛있게 먹고, 메밀국수값 150엔을 치르고 자리를 일어섰다.
다음해 섣달 그믐날도 10시를 넘어서 형은 중학교 교복차림,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었던 듯한 잠바를 입고, 엄마 손을 잡은 채 가게로 들어와 이번에는 메밀국수 두그릇을 시켰다. 메밀국수를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아빠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많은 빚을 많이 남겼기 때문에 한 그릇으로 세사람이 먹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또 한해가 지난 섣달 그믐날, 북해정의 주인은 밤9시가 넘자 난로 옆 2번 테이블에다 ‘예약석’ 이란 표찰을 올려놓고 ‘그믐날의 그 손님’을 기다렸건만 세 모자는 어쩐 일인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해도, 또 다음해도, 난로 옆 2번 테이블은 빈 채 새해를 맞았다.
그로부터 10년인지 11년인지가 더 지난 어느 섣달 그믐날이다. 밤 10시를 넘긴 시각, 올해도 2번 테이블은 주인을 맞지 못한 채 해를 넘기려던 참에 가게문이 열리며, 두 청년과 초로(初老)의 부인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메밀국수 세 그릇을 시켰다. 그 동안 절약하여 빚도 다 갚았고, 형은 의사고시에 합격해서 대학병원의 소아과에 근무하고 있으며, 동생은 교토은행에 다니고 있다고 하였다. 10년간을 간절히 기다린 「섣달 그믐날의 예약석」자리로 모시고 ‘2번 테이불에 메밀국수 세 그릇’ 하고 외치자 주방 속으로 간 남자 주인은 목이 메인 소리를 가다듬어 ‘메밀국수 세 그릇...’이라고 외쳤다.
2011, 제주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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