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서 인삼 재배 배준식씨
"성공하면 남 돕고 살자" 결심… 향후 5년간 1억 기부 약속국내 최초로 농부 출신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탄생했다. 아너소사이어티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향후 5년간 1억원을 내겠다고 약정한 회원을 말한다.
주인공은 전북 김제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배준식(60)씨. 지난 2월 막내아들 결혼 축의금 5000만원을 공동모금회에 기부하면서 향후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서를 작성했다. 배씨는 "아들 셋 중 둘을 장가보내면서 우리의 축의금 문화가 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어 막내아들 보낼 때는 안 받고 싶었다"며 "하지만 그러자니 사돈댁 의견도 물어야 할 것 같고 해서 일단 축의금을 받아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원래 충남 금산 출신이다. 지독하게 가난한 집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학교도 초등학교만 겨우 마쳤다. 상황을 견디다 못한 배씨는 24세 때 돈 한 푼 없이 김제로 이사 갔다. 농사지을 땅이 더 많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는 김제 인삼밭에서 일당을 받고 일하기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입에 풀칠만 할 정도였다. 비가 새는 버려진 창고 수준의 단칸방에 들어가 살며 연년생 아들 셋을 낳고 키웠다. 땅을 빌려 인삼 농사를 짓다가 20년 전쯤 처음 자기 명의로 된 땅을 샀다. 배씨는 "아주 작은 땅이지만 정말 기뻤다"고 했다.
그때부터 배씨는 인삼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내와 세 아들이 한 몸처럼 일했다. 배씨는 "지금처럼 자리 잡은 것은 15년 전, 단칸방 생활을 벗어나 제대로 된 집에서 살게 된 것은 12년이 채 안 된다"며 "돈 생각 안 하고 열심히 일하고 아껴 산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 했다.
열심히 사는 그를 보며 주변 사람들도 도와줘 이제 인삼밭이 8만평이나 된다. 농사라 수익이 일정하진 않지만, 잘 될 때는 수억원대 수익도 올릴 정도다.
"아들 셋 키우며 코트 한 벌 제대로 사준 적 없습니다. 아내도 절약이 몸에 뱄고요. 그렇게 어려운 시절을 지내며 '나중 돈 모으면 남을 돕고 살자'는 결심을 했죠."
나눔의 삶'을 시작한 계기는 아들들이 모아온 '저금통' 때문이었다. "20년 전인가, 아이들이 동전을 가득 모은 저금통을 갖고 왔더라고요. 당시 돈으로 7만원 정도였는데, 이를 어디에 쓸까를 두고 가족회의가 열렸어요. 당시 공동모금회에서 불우이웃돕기 연말 캠페인을 진행 중이었는데 거기 기부하기로 했지요."
이렇게 시작한 기부는 2002년 배씨가 '새마을운동본부 김제시 지회장'을 맡으며 본격화됐다. 이때부터 배씨는 '김제의 키다리 아저씨'가 됐다. 농촌 아이들을 위해 새마을 이동문고에 새 책 구입비로 해마다 4000만원가량 기부하고, 연말이면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연탄 2만장씩 배달해줬다. 2006년 1억6000만원을 들여 북한에 쌀 80t을 기부하기도 했다. 배씨는 10년 전 지역 대학의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수십 년간 꾸준히 야간 중·고교를 다니며 공부해온 결과였다.
그는 앞으로 남은 삶도 홀로 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장애인을 돕고 싶다고 했다. "제가 도울 만해서 돕는 게 뭐 자랑입니까. 전 그냥 받은 대로 돌려 드리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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