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고수익·웰빙 산업 기업처럼 생산해야 경쟁력”
한국농수산대학생들이 들어야 할 이야기
일 최대 야채·청과물 업체‘베지테크’ 창업자 이케다
한입에 먹기 좋게 잘라 포장된 과일. 지금은 대형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25년 전 일본 ‘베지테크’의 창업자 이케다 가쓰지(72·)가 처음 도입할 때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196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연 매출 600억 엔(9300억원) 규모로 일본 최대 야채·청과물 중간 도매업체로 성장했다.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된 농산물을 가공·포장해 수퍼마켓과 외식업체·편의점에 공급하는 일종의 ‘청과물 종합상사’다. 6월 상담역으로 물러난 그는 농산물 산지 개발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는 경북 안동시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농업은 고수익·웰빙 산업”이라고 강조하는 그를 26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만났다.
-베지테크는 일본 야채·청과물 유통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최근 유통의 흐름은 어떤가.
“20여 년 전부터 맞벌이가 일반화되면서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15분으로 줄었다. 잘라서 포장된 야채를 가져와 샐러드를 만들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전(前 )처리 식품’이 확산됐다. 미리 잘라놓은 ‘커트 야채’와 ‘커트 과일’의 판매는 연평균 12%가량 늘고 있다. 7~8년 전부터는 여기에 ‘안심(安心) 식자재’를 선호하는 현상까지 더해졌다.”
-일본에서 야채시장은 커가는 추세인가.
“젊은 층의 식성이 서구화되면서 샐러드 같은 야채 요리 수요가 늘고 있다. 토마토로 만든 파스타·피자·디저트를 파는 ‘토마토 레스토랑’도 생겼다. 토마토 주스 100mL 한잔에 2000엔(3만1000원)인데도 잘 팔린다.”
-한국산 야채·청과물의 품질은 일본 시장에서 통할 만한가.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농약검사가 엄격해지면서 값싼 중국산 야채 수입은 거의 중단됐다. 대부분 일본산으로 공급한다. 따라서 한국 농가가 얼마나 안심할 만한 농산물을 내놓는지가 중요하다. 파프리카는 하루 400㎏, 연 150t어치를 한국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
-한국은 농업이 영세하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개인농가가 아닌 기업화된 ‘농업생산법인’이 앞으로 농업의 중심이 돼야 한다. 한국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를 해서 성공 모델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연료비 때문에 놀고 있는 비닐하우스에 ‘새싹재배 플랜트’를 만드는 방안을 안동시와 협의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한국에 새로운 농업 시스템을 전파하고 싶다.”
-젊은이들이 농사일을 하려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새로운 시스템을 못 봐서 그렇다. 농사는 젊은이들한테 딱 맞는 일이다. 1년에 103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엔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도 있다. 이런 직업이 어디 있나. 일본 대졸자가 기업에 취직하면 초봉이 300만 엔(4600만원) 정도지만 농업은 평균 500만 엔(7700만원) 수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통계가 있다.”
중앙일보 한애란 기자
'我 > 농업속인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록수 채영신 (0) | 2015.01.23 |
---|---|
'곡물업계 거인' 카길의 페이지 회장 (0) | 2014.09.21 |
김제서 인삼 재배 배준식씨 (0) | 2012.07.23 |
학사장교 BBQ 윤회장 (0) | 2012.03.31 |
물 긷던 고아소녀 `물의 여왕` (0) | 2011.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