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은 과학입니다
메주 7㎏+천일염 4㎏+물 21L+바람·햇볕 60일…
그런데 음식 연구가 박종숙 손맛작업실 원장은 '장맛은 손맛'이라는 말이 영 마땅찮다. "조리는 과학이에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손대중으로 간을 딱딱 맞춰요. 하지만 그들의 손맛이란 무수히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서 몸에 체득된 겁니다. 계량화해서 정확히 알려줘야 제대로 된 우리 맛을 후대에 전할 수 있습니다." 박종숙 원장이 지난 20여년 동안 장 담글 때마다 측정해 찾아낸 '공식'을 공개했다.
◇계량은 부피(L·말)가 아닌 무게(㎏)로
메주나 물, 소금 등 장 담그는 데 필요한 재료를 계량할 때는 부피 단위보단 무게 단위를 이용해야 정확하다. 물은 부피와 무게가 같기 때문에 상관없다. 쉽게 말해서 물 1L(리터)는 항상 1㎏이다. 하지만 콩이나 소금 등 다른 재료는 무게와 부피 차이가 크다. 박 원장은 "해마다, 담글 때마다 일정한 장맛 내기 비결은 무게로 재료를 측정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담글 때 쓸 메주도 말(斗)이 아니라 무게를 재서 사용하라는 얘기다.
◇소금물 염도 15%=천일염 1 대 물 5
흔히들 메주 담글 소금물 염도를 맞추는 요령으로 "소금을 푼 다음 달걀을 넣어 달걀이 500원 동전만큼 물 위로 뜨면 알맞은 염도"라고 말한다. 박 원장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 "500원 동전 크기가 대체 얼마만 한 건가요? 사람 따라 다르죠. 염도도 들쭉날쭉해지고요."
박 원장이 찾아낸, 일반 가정에서 장이 상하지 않게 담글 수 있는 최저 염도는 15%. 그가 알려준 쉽고 정확하게 염도 맞추는 공식은 '3년 묵은 천일염 1 대 물 5'의 비율로 섞기이다. "이 비율대로 소금을 물에 넣으면 염도가 16.66%가 돼요. 그런데 3년 된 천일염은 자체 염도가 90%쯤이거든요? 그러니까 대략 15% 염도가 나오지요."
◇메주:소금물=1:3
염도 15% 소금물이 만들어졌으면 이제 메주와 함께 항아리에 담을 차례다. 메주는 보통 한 말이 7㎏이다. 소금물은 메주의 3배 무게가 필요하다. 즉 메주 7㎏이면 소금물 21L를 부으면 된다. 박 원장은 "메주 7㎏ 기준 25~27L 용량의 항아리가 적당합니다. 일반 가정주부가 장 담그기에는 100~120L들이 항아리가 이상적이죠. 항아리 안으로 몸을 구부렸을 때 바닥에 손이 닿으려면 이보다 크면 안 되거든요."
정갈하게 닦은 항아리에 잘 띄운 메주에 담고 천일염을 푼 소금물을 붓고 따뜻한 햇볕과 선선한 바람을 더해
40~60일 숙성시키면 장이 완성된다. 오랜 경험이 축적된 손맛을 갖지 못했다면 정확한 계량에 따라서
장을 담가야 한결같은 맛을 낼 수 있다. /김성윤 기자
◇숙성 기간은 40~60일
햇볕을 자주 쬐도록 항아리 뚜껑을 자주 열어주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둔다. 박 원장은 "항아리용 유리 뚜껑을 사용하면 번거롭게 뚜껑을 열고 닫을 필요가 없어 편리한 데다 장맛도 좋다"고 했다. 젖은 수건으로 항아리를 수시로 닦아주면 장맛이 좋아진다. 항아리 표면의 미세한 숨구멍을 통해 노폐물은 밖으로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는 들이마시기 때문이다. 40~60일이면 익는다. 박 원장은 "올 정월이 양력 2월이니까 5월 초쯤 장을 뜨면 알맞겠다"고 했다.
◇덜 짤수록 장맛이 좋다
메주 7㎏으로 장을 담갔다면 된장은 15㎏ 안팎으로 뜰 수 있다. 염도 15% 소금물 21L와 메주 7㎏으로 담근 된장의 염도는 10~12%쯤 된다. 전통 된장치고는 염도가 꽤 낮다. 흔히 '된장이 너무 싱거우면 맛이 덜하다'고들 한다. 박 원장은 "오히려 반대"라고 했다. "소금의 역할은 맛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게 하는 것이죠. 소금물이 짜면 짤수록 메주에 들어있는 맛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감칠맛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염도가 낮을수록 장맛은 좋아집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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