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敎/농촌재능나눔

한국농수산대 동아리-효소항아리

주민들, 과학농법 배우려 ‘쫑긋’… “대학생 된 기분”

한국농수산대 동아리-충북 음성군 덕정리-문화일보 2014-9-22

 

 

 

▲  지난 8월 11일 충북 음성군 원남면 덕정리 ‘큰산발효원’ 내 실습장에서 한국농수산대 동아리인

효소항아리(회장 김유진·왼쪽 첫 번째) 소속 대학생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효소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지난 8월 11일 충북 음성군 원남면 덕정리 큰산발효원에서 만난 한국농수산대 동아리 효소항아리 김유진(여·28·특용작물학과 1학년) 회장은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몸에 좋은 효소와 누룩 만드는 방법을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농민들은 학생들에게 농촌 현실을 보여주며 생활 자세와 지혜를 가르쳐줘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희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뒤 1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경기 화성시 병점동에서 벼·고추·블루베리 등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돕다 농사 짓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 3월 농수산대에 진학, 뒤늦은 나이에 또다시 대학생이 된 김 씨는 1학기 동안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농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덕정리를 찾아왔다.

그는 “농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학교와 집에서 이론적으로 배운 것과는 달리 농민들의 실생활에는 큰 차이가 있는 걸 알 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눈으로 직접 보며 몸으로 체득한 농촌 생활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농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씨는 “이번 재능기부와 같은 기회를 자주 만들어 농촌마을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지역마다 특색을 지닌 농산물을 원료로 한 상품화가 이뤄지도록 열심히 돕겠다”면서 “졸업 후 농민이 되면 좋은 작물을 많이 재배해 장류와 전통주·효소·식초 등 전통식품을 활용한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방문객들이 농촌을 체험하며 학습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교육장도 만들어 운영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전문 지식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며 농촌을 체험하고 농민들은 과학적이고 새로운 농법을 배울 수 있는 매우 유익하고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지난 8월 11일 오후 충북 음성군 원남면 덕정리 큰산 중턱에 자리 잡은 ‘큰산발효원’에는 마을에서 약 1.5㎞ 떨어진 데다 도로에서 1㎞ 정도 산속으로 올라간 외딴곳임에도 한국농수산대 동아리인 효소항아리 소속 대학생 6명과 주민 32명 등이 모여 새로운 농법을 배우려는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 행사는 대학생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효소·누룩·식초 제조법을 알려주는 재능기부 활동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발효원 내 교육실에서 장광진(56·특용작물학) 농수산대 교수가 효소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자 농민들은 한마디도 흘리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며 경청하고 메모를 하는 등 진지한 모습이었다.

장 교수는 “재료에 있는 미생물을 활성화시키는 효소를 담그는 발효는 어떤 형태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정답이 아닌 명답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동안 농민 등 일반인들은 원재료와 설탕을 1대1 비율로 섞어 발효시켰으나 당 성분이 많이 들어가면 효소가 원활히 되지 않고 적게 섞으면 곰팡이가 펴 보관이 안 되기 때문에 원재료의 24%만 넣을 때 발효가 가장 잘된다”고 강조했다. 약 30분에 걸친 장 교수의 강의가 끝나자 주민들은 ‘효소를 만들 때 설탕을 적게 넣어도 썩지 않느냐’ ‘누룩 만들 때 물이 적게 들어가도 괜찮냐’ ‘쌀이나 보리 등 잡곡으로 만들 수 있느냐’며 궁금한 점에 대한 질문을 잇달아 쏟아내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어 주민들은 실습장에 둘러앉아 이 마을 큰산에서 학생들이 채취한 삼백초를 원료로 한 효소 만들기 실습이 이어졌다. 장 교수가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항아리 내부를 소주로 소독하고 삼백초와 설탕, 천일염, 멸균수, 구연산, 소금 등을 넣어 당도 24%에 맞춘 효소를 만들자 주민들은 기존에 만들던 효소와 다른 제조법에 신기한 표정이었다.

금왕읍 무극리에서 1000㎡의 밭에 삼채를 재배하는 이임숙(여·58) 씨는 “그동안 효소를 만들 때 원재료와 설탕을 1대1 비율로 섞었는데 물을 끓인 후 식힌 멸균수와 구연산·소금 등을 넣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며 “오늘 배운 몸에 좋은 건강한 효소를 만드는 방법을 집에 돌아가 당장 실험해 봐야겠다”고 즐거워했다.

김유진(여·28) 효소항아리 회장이 통밀 누룩 제조법을 설명하자 주민들의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다. 김 씨는 통밀을 약간 거칠게 빻은 뒤 물을 뿌려 혼합시키고 누룩 틀 위에 면 보자기를 깔아 통밀가루를 올려놓고 보자기를 접어 발뒤꿈치로 밟았다. 이어 딱딱해진 누룩을 꺼내 상자에 짚·쑥대를 깔고 누룩을 앉힌 후 쑥대로 다시 덮어 상자를 봉하는 등 누룩을 만드는 과정을 꼼꼼하게 보여줬다.

덕정리에서 고추농사를 지으며 오리를 사육하는 최지현(여·59) 씨는 “그동안 시장에서 누룩을 사온 뒤 된장·효소·술 등을 만들었는데 누룩 만드는 방법을 처음 알게 됐다”면서 “누룩 제조법을 배운 오늘은 농촌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날로 일상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 학생과 주민들은 포도를 으깨 주스를 만든 뒤 설탕을 24% 넣고 효모균을 추가해 알코올 발효 온도가 섭씨 37도 이상이 되지 않도록 발효시키는 간단한 방법으로 식초를 만들었다.

올 초 덕정리에 귀촌해 내년부터 블루베리 농사를 준비 중인 김선돈(60) 씨는 “농촌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행사에 참여했는데 새로운 것을 배우게 돼 보람있었다”며 “특히 오늘 배운 효소·누룩·식초 만드는 방법을 적극 활용하면 농촌에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장 교수와 학생들은 이날 큰산발효원에서 1박을 한 뒤 다음 날 오전 큰산에 올라 도라지와 삼백초 등 32가지의 산야초를 확인, 채집하고 내려와 재능기부 활동에 대한 평가회를 가졌다. 충남 천안시 단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전남 무안군에서 양파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따라 농사를 짓기 위해 지난 3월 농수산대에 입학한 이정세(29·특용작물학과 1년) 씨는 “농민들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적합한 토양산도와 염류집적도 등을 소홀하게 생각했으나 중요성을 알려줘 뜻깊었다”며 “농민들이 좀 더 과학적인 영농을 통해 고품질 농산물 생산으로 도시민 소비자에게 신뢰를 쌓아 외국 농산물보다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천희(53) 덕정리 이장은 “이번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알게 되고 주민들은 새로운 농법을 습득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농가소득 증대에 활용함은 물론 발효식품 제조·생활화를 활발하게 추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 장수마을이 되도록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덕정리는 동쪽에 큰산, 동남쪽에 우랭이산·중이산, 서북쪽에 사향산, 남쪽에 문수산 등으로 둘러쌓여 있으며 49가구 109명이 고추·인삼·수박 등을 재배하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강순희 큰산발효원장 “재료 혼합비율 제대로 알게 돼”

 

       


“도시인은 물론 농민들도 생각나는 대로 대충 짐작으로 효소·누룩·식초를 만드는데 학생들은 건강에 좋은 바른 먹거리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농도와 산도를 측정하면서 설탕·물 등의 혼합물 비율을 정확하게 섞어 주민들이 큰 깨달음을 얻게 됐습니다.”

지난 8월 11일 한국농수산대 동아리인 효소항아리 학생들의 재능기부 활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충북 음성군 원남면 덕정리 큰산발효원의 강순희(여·61·사진) 원장은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론적으로 배운 효소·누룩·식초 만드는 방법을 실습하는 학습장이 되고 농민들은 바른 먹거리를 만들고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 자신감을 키우는 매우 유익한 기회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원장은 “대학생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찾아와 봉사활동을 벌여 너무나 고맙다”면서 “학생들에게는 농촌 생활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농민들은 새로운 사실을 터득하면서 바른 먹거리가 건강에 최고라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우리 고유의 장류 등 발효음식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지난 2005년 큰산 중턱 5000㎡에 산 이름을 딴 ‘큰산발효원’을 설립, 된장·고추장·간장 등 발효식품을 만들며 연간 1000여 명의 도시민들에게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역할로 강 원장은 2011년부터 ㈔한국귀농귀촌진흥원 장류발효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다양한 식생활 체험기회 제공과 전통 식문화의 계승 발전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해 이곳을 우수 체험공간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강 원장은 “전통과 과학의 조화를 통해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농업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좋은 환경 속에서 만든 바른 먹거리로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찾게 해주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음성=고광일 기자 ki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