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잘 먹고 잘 보관하는 방법
(주간동아 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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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삼 | 경작지에서 수확한 가공하지 않은 인삼을 말한다. 건조하지 않았다고 해서 생삼(生蔘)으로도 불린다. 수삼은 75% 내외의 수분을 함유해 일주일 이상 보관하기 어렵다. 유통 과정에서 부패하거나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기간 보관하려면 가공을 해야 하며,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삼의 이름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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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잘 보관하는 방법
수삼은 수분이 75% 이상으로 상온에서는 수일 내에 곰팡이가 피기 때문에 냉장보관해야 장기간 저장할 수 있다. 수삼은 한번 상온에 노출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의 포자가 증식하고 냉장 조건에서도 곰팡이가 피므로 되도록 수일 안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백삼은 습기를 제거한 곳에서 1년 동안 보관할 수 있으며, 진공포장은 3년 보관도 가능하다. 백삼은 보존 상태가 불량하면 내부가 세균에 의해 변질되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 홍삼은 진공캔으로 포장된 경우 10년 이상 보관할 수 있으며, 중화권에서는 오래된 홍삼을 더 좋은 상품으로 친다.
수삼 보관 ‘이렇게 하세요’
● 수삼을 비닐에 싸서 냉장실에 넣으면 2개월 정도 보관할 수 있다. 3~5뿌리 소량 보관할 때는 신문지에 싸서 서늘한 곳에 두거나, 한 번 쓸 양만큼 신문지에 싸서 냉장실에 보관하되 냉장고에서 꺼낸 인삼은 바로 사용해야 한다.
● 상인들의 보관법으로 상자나 빈 그릇에 이끼와 인삼을 겹겹이 쌓은 뒤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보관한다. 냉장 조건이 아닌 상태로 먼 지역으로 이동할 때 이용하는 방법으로, 이끼가 건조를 방지해 10일까지 보관할 수 있다.
● 깨끗한 모래에 겹겹이 묻어놓는 방법으로 1개월 이상 보관할 수 있다. 모래가 마르지 않을 정도로 수분을 공급하면서 보관하는 방법인데, 주로 대량 보관할 때 이용한다.
인삼 달이는 방법
약탕관은 돌이나 유리제품, 질그릇이 좋다. 되도록 금속그릇은 피하는 게 좋다.
수삼 3뿌리, 대추 3개, 생강 1/2쪽, 생수 2ℓ를 약탕기에 넣은 뒤 2시간 동안 물이 3분의 2 정도 되게 달인다. 달인 인삼물은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한다. 상하기 쉬우므로 2~3일 안에 먹는다. 또 1~2회 재탕하되 재탕 시에는 수삼을 첨가하고, 재탕에 사용한 수삼은 말린 뒤 화훼류의 거름으로 사용하면 좋다.
성호르몬 분비 촉진 발기력 개선
조선시대 최장수 왕으로 83세까지 왕위를 누렸던 영조는 인삼을 최고의 보약으로 여겨 72세 되던 해에는 1년에 무려 20여 근의 인삼을 먹기도 했다. 인삼이 정력 식품이라는 점은 유럽에도 적잖이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유력 시사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1991년 8월 15일자 커버스토리에서 ‘사랑의 미약(媚藥)’이라는 주제로 인삼의 효능을 다뤘는데, 이 기사에서 성의학 전문가 자크 웨인베르그 박사는 “인삼의 학명인 파낙스(Panax)는 만병통치약을 뜻한다. 인삼은 원기 회복은 물론,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자연강장제”라고 강조했다.
남성의 성기능은 주로 두 가지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생식과 발기. 생식은 최근 급증하는 남성 불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자가 생산되지 않는 무정자증, 정자 감소증, 정자의 운동성 감소가 불임의 주된 원인이다. 이는 기형아 출산과 함께 산업화의 폐해인 환경오염 탓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남성이 50대에 이르면 정자 기능이 급격히 약화되는데,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볼 수 있지만 사람마다 그 차이가 크다. 생식 다음의 문제는 남성들의 일반적인 고민인 발기부전. 음경이 성행위를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발기하지 않거나 발기하더라도 유지되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 남성의 성기능 장애 중 생식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삼을 섭취하면 정자를 생산하는 고환의 기능이 회복된다는 내용이다. 불임 환자나 늦둥이를 간절히 원하는 갱년기 부부에게는 눈이 번쩍 뜨일 소식이다. 제10회 국제인삼심포지엄에서 대전대 임상병리학부, 건국대 생명과학부, 한국인삼공사가 공동연구로 ‘고려홍삼이 노령 흰쥐의 고환 기능 감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건국대 김시관 교수팀 등은 흰쥐 실험을 바탕으로, 혈액 화학지수 분석과 고환 내 정세관의 조직학적 관찰을 통해 정자 형성 과정 및 정자의 운동성을 분석했다. 이 실험결과에 따르면, 고려홍삼이 노화와 환경 독성물질로 인한 고환 기능 감퇴를 효과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화로 감퇴한 여러 성기능이 두드러지게 개선됐다. 또한 노화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호르몬 수치를 정상화시키고 남성 호르몬 함량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의 가장 큰 관심은 발기력이다. 많은 남성들이 인삼을 먹으면 성적 욕구가 왕성해지고, 발기력이 좋아지며, 성교 시 만족감이 높아진다는 속설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다행히 이런 욕구를 속 시원히 해결해준 연구결과가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최영득 교수팀은 2007년 6월부터 10월까지 외래 환자 73명을 대상으로 홍삼 효능 실험을 실시, “홍삼이 남성의 성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 교수팀은 먼저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은 홍삼 농축액을 200mg짜리 캡슐로 만들어 하루에 4알씩 복용하게 했다. 다른 그룹에게는 홍삼 캡슐과 맛, 모양, 크기가 같지만 홍삼 성분이 전혀 없는 위약(가짜 약)을 먹게 했다. 단, 실험을 마칠 때까지 누가 진짜 홍삼 캡슐을 먹고 누가 위약을 먹었는지는 모르게 했다. 4개월 후 이들의 발기력을 측정했다. 남성의 발기력을 평가하는 ‘국제발기능지수(IIEF5+1·International Index of Erectile Function)는 30점 만점. 홍삼 캡슐을 먹은 그룹은 17.2점에서 23.2점으로 올랐다. 그러나 홍삼 성분이 없는 위약을 복용한 그룹은 17.7점에서 19.6점으로 변했다. 홍삼 캡슐을 먹은 그룹은 성교 시 만족도도 6.5점에서 9.7점으로 크게 높아졌다. 위약을 복용한 그룹은 7.2점에서 8.6점으로 좋아졌다.
저용량 발기부전 치료제와 비슷한 수준
최 교수팀은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홍삼이 가진 발기력 향상 효과는 저용량 발기부전 치료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홍삼의 유효 성분인 사포닌이 발기부전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교수팀의 분석이다. 그동안 발표된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홍삼의 핵심 사포닌 성분인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Rg3는 고환에 작용해 남성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음결혈관으로 가는 혈액량을 많게 해 발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팀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으면 심장이 심하게 뛰는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데, 특히 이런 사람들에게 홍삼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일부 위약에 대한 반응은 환자의 심리 작용 때문에 생긴 효과로 보면 된다.
이에 앞서 2004년 1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성의학회 총회에서 브라질 엔리코 안드라데 박사팀도 홍삼이 발기부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그에 따르면, 발기부전 환자 60명을 2개 집단으로 나눠 실험군은 고려홍삼을 매일 3회씩 12주간 섭취하게 하고, 대조군은 위약을 복용하게 한 결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특히 연구팀은 홍삼을 섭취하더라도 남성 호르몬이나 콜레스테롤 수치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부작용의 우려가 적다는 장점을 꼽았다. 화학 성분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삼은 천연 약물로서 강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인삼을 부작용이 없는 천연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시적인 성 자극이 아닌 원천적으로 정력을 길러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가 범람하고 화학 치료제의 부작용이 엄연히 상존하는 현실에서, 또한 당뇨병과 고혈압 등 성인병의 증가로 성기능 저하나 발기부전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수치심 없이 먹을 수 있는 인삼이야말로 ‘천연 비아그라’라고 할 수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약초이면서 고문헌들이 ‘불로장생’의 영약이라고 일컫는 인삼. 하지만 그토록 흔하게 접하고, 또 섭취하지만 정작 따지고 보면 인삼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외국삼 생산자들의 잘못된 홍보를 철석같이 믿기도 하고,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진 잘못된 관습이나 관행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거꾸로 조상의 지혜가 담긴 인삼 상식은 케케묵은 옛날이야기로만 치부하는 경향도 있다. 아무리 좋은 약도 알고 먹어야 제 효과를 내는 법.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인삼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파헤쳐봤다.
▶ 고려인삼은 외국삼보다 사포닌 효능이 탁월하다?
그렇다. 인삼의 사포닌은 중추신경 억제, 단백질 합성 촉진, 부신피질호르몬 분비 촉진, 인슐린 유사 작용, 해독 작용, 항염증, 혈소판 응집 억제 등의 효능을 갖고 있다. 이 밖에도 많은 효능이 보고되고 있으며, 사포닌의 종류별로 약리 효능도 각기 다르다. 여하튼 고려인삼은 외국삼과 비교해 사포닌 성분이 탁월하게 많다.
특히 홍삼의 특유 성분인 진세노사이드 Rh2는 여러 종류의 암세포(MH1C1, B-16, He La)를 공격하는 것(세포 독성)으로 밝혀졌는데, 이것에서 항암물질을 분리해내기도 했다. 더욱이 고려인삼에 많이 든 다당류는 면역 기능을 증진시켜 종양 생성을 억제하고,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지닌다. 중국에서는 임상적으로 인삼의 다당류 분획을 암 치료에 사용하고 있으며, 위암과 대장암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들어 고려홍삼에서 면역 활성이 강한 산성다당체가 분리됐으며, 이를 ‘RGAP(Red Ginseng Acidic Polysaccharide)’로 명명했다. 고려홍삼의 산성다당체 함량은 외국삼과 고려백삼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인삼 약효는 꾸준히 오래 먹을수록 좋아진다?
건강한 사람은 평소 건강관리와 예방 차원에서 적정 양의 인삼을 꾸준히 장기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반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생체 기능이 저하된 노년층과 병약자는 인삼 섭취 시 호전 효과를 빠르게 느낄 수 있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약학서적인 ‘신농본초경’은 약재를 상약, 중약, 하약 3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 중 인삼을 상약 중에 상약으로 꼽았다. 상약이란 아무리 많이 오랫동안 먹어도 독이 없고 해가 되지 않는 약을 가리킨다. 여러 학자들의 연구결과에서도 인삼은 장기간 섭취해야 효과가 좋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약물은 장기 복용하면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삼, 특히 홍삼의 경우는 오랫동안 섭취하면 그 효능이 지속되는 특징을 가진다.
다만, 사람에 따라 드물게 명현반응(瞑眩反應)과 이상 증상(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한의학상의 개념인 명현반응은 약을 복용한 후 치유돼가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사나흘 정도 지속, 길면 일주일)으로, 시간이 지나면 점차 사라지고 환자는 완쾌된다. 아주 드물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는데, 이 경우 인삼 섭취를 중단하면 이상 반응도 없어진다. 한 번에 터무니없이 많은 양의 인삼을 먹어도 부작용은 거의 없지만, 낭비적 요소가 많다.
인삼은 오래 자란 것일수록 효과가 좋다?
인삼의 주요 유효 성분 가운데 하나인 사포닌의 함량은 저년근보다 고년근이 더 많으며, 각각의 사포닌 함유 조성에도 차이가 난다. 최근 약리 활성 작용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사포닌계 활성 성분의 함유 비율도 저년근보다 고년근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겉모습을 보면 6년근은 4년근에 비해 뇌두가 크고 몸통과 다리 부분이 충실하며, 지근(각 부)의 발달도 양호한 편이다. 즉, 6년근이 4년근보다 완전한 사람 모양을 갖췄다. 한편, 암 발병을 억제하는 여러 실험에서 3년근 이하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나타내지 못한 반면, 6년근의 효과가 가장 우수했다.
▶ 인삼의 뇌두는 반드시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
한방에서는 인삼을 강장제로 사용할 경우 효능이 떨어지고 구토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뇌두를 제거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이는 뇌두에 신경흥분성 독성과 지혈 작용이 있는 비단백태 아미노산이 주근(원뿌리)보다 많기 때문으로, 특히 수삼에 많이 함유돼 있다. 그 대신 뇌두에는 진세노사이드 Ro라는 성분의 유효 사포닌 성분이 가장 많이 들어 있어 사포닌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다. 홍삼 뇌두는 홍삼을 제조할 때 열처리 과정에서 성분 요소에 변화가 생기고 약성도 약화되어 오히려 보익제로 사용되며, 설사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최근에는 뇌두에서 추출한 사포닌이 구토 증상을 일으키지 않으며, 노화는 물론 각 기관의 생리적 대사 기능도 개선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인삼에는 쇠붙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예로부터 인삼을 자르거나 껍질을 제거할 때는 대나무 칼[竹刀]을 사용했다. 달이거나 먹을 때도 철기 용기나 도구 대신, 옹기 약탕관과 사기그릇을 사용하는 것이 관례였다. 심마니들도 인삼을 캘 때 나무막대를 썼다. 이는 인삼의 항산화(抗酸化) 활성 성분인 페놀성 성분(Phenolics Substances)이 철과 결합하면 그 효능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정확한 연구결과가 나와 있지 않다. 옹기 약탕관이나 사기그릇이 없다면, 철의 산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스테인리스 용기를 사용하면 된다.
인삼은 2000년 전부터 그 약효가 알려졌으며 주산지가 우리나라로 돼 있는 귀한 약재다. ‘삼국사기’에는 “당나라에 선물로 인삼을 보냈다”는 기록이 성덕왕 편과 효소왕 편 등에 나타난다. 당나라 이순(李珣)이 편술한 ‘해약본초’에는 “인삼은 신라국에서 산출한다. 왕에게 바친 것은 손과 다리 모양이다”라고 산출지와 형태가 분명하게 묘사돼 있다.
귀한 약재이다 보니, 그것을 통제하기 위한 무서운 법적 조치도 마련됐다. ‘경국대전’ 속대전을 보면 “인삼을 감춰 간 자는 국경 상에서 목을 베어라”는 구절이 나오며, 일본과의 대마도 교역에서도 “밀매 시 적발되면 효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인삼의 어원학적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삼(蔘)은 사실 여러 약물에서 사용되는 이름이었다. 하늘에는 새가 산삼씨를 먹고 발효된 발 없는 새삼이 있고, 바다에는 해삼(海蔘)이, 땅에는 인삼이 있다. 색깔도 다양하다. 검은색으로 해열제와 소염제로 쓰이는 현삼(玄蔘), 지혈제로 쓰이는 꿀풀과의 붉은색 단삼(丹蔘)이 있다. 이 밖에도 진해거담과 강장 해독제로 쓰이는 도라지과 사삼(沙蔘), 해열제와 진해제로 쓰이는 자삼(紫蔘)이라는 약재도 있다. 구충제로 쓰이는 콩과의 고삼(苦蔘)을 합쳐 오삼이라고 불렀다(후한대 ‘신농본초경’).
사실 조선시대 이전까지 ‘蔘’이라는 글자는 초두머리를 제외한 ‘參’을 썼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자로는 그렇게 썼지만 우리말로 ‘심봤다’라고 할 때 ‘심’이 인삼을 가리킨다. ‘參’은 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 28수 중 서쪽 하늘을 관장하는 삼성(參星), 즉 오리온 별자리를 가리킨다. 사회적 의미로 풀면 나라에선 충신을 뜻하고, 집안에선 효자를 뜻한다. 인삼의 인(人)은 형태가 사람을 닮았다는 것에서 비롯됐지만, 하늘과 땅이 서로 교류하면서 만든 최고의 영물이라는 뜻도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인삼은 하늘과 땅이 만든 약초로, 충신과 효자 노릇을 한다는 깊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춘향전’에 비견되는 일본 최고의 국민문학인 ‘주신구라(忠臣藏)’에는 고려인삼이 천하의 명약으로 등장한다. 다 죽어가던 사람이 빚을 내 고려인삼을 먹고 기사회생하는데, 인삼 값이 얼마나 비쌌던지 빚을 갚지 못해 목을 매달고 죽는다는 비장한 내용이다. 이 이야기에서 ‘인삼 먹고 목맨다’라는 일본 속담까지 나왔다. 우리나라 속담으로 치면 ‘죽 쒀서 개 준다’ 정도의 의미다.
중국과 일본서 ‘최고의 명약’ 희소성과 가치 인정
그뿐만이 아니다. 겐로쿠시대 때 일본은 조선과의 인삼 수교로 막대한 양의 은화가 빠져나가 자국 내 은이 고갈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로 인해 순도가 낮은 화폐(겐로쿠 은)를 새로 발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선의 인삼 상인들이 이를 받아줄 리 없었다. 일본 정부가 울며 겨자 먹기로 조선과의 인삼 거래 시에만 사용할 수 있는 은화를 주조했는데, 그것이 바로 ‘인삼대왕고은(人蔘大王高銀)’이다. 인삼만을 위한 화폐가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실상을 조선의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왜인의 풍속에 병이 생기면 반드시 인삼을 쓰고 얻지 못하는 자는 죽으니, 만일 무역을 막으면 죽음으로써 다투어 시비가 벌어지기 쉬울 것이므로 부득이 교역을 허락했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18세기 무렵까지도 중국에서는 부모의 병이 깊을 때 인삼을 살 돈이 없으면 약재상에 가서 고려인삼을 빌려다가 병상에 진열해놓고 문병 온 사람에게 자신의 효성이 지극함을 보이는 것이 유행일 정도였다고 하니, 고려인삼의 희소성과 가치가 대단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인삼은 땅과 지형을 많이 가리는 약재다. 마른 것, 습한 것을 모두 싫어하며 여름철에는 뜨거운 햇빛을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까다로운 성질이 바로 인삼의 강력한 효능의 근거가 된다. 그만큼 뜨겁고 강한 기운을 타고났기에 재배 환경이 조금만 어긋나도 스스로를 말려버린다.
금원시대의 유명한 의사 가운데 한 명으로 의왕(醫王)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동원 선생은 인삼이 원양(元陽)을 보(補)한다고 했다. 인체의 가장 근원이 되는 양기(陽氣), 즉 신체를 움직이는 가장 근본적인 에너지를 보충해준다는 말이다.
이러한 인삼의 효능이 놀라운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한 번 심으면 이동 없이 한 곳에서 4~6년을 생장하면서 지력을 모두 빨아들이기 때문에 인삼을 한 번 재배한 땅은 10년 이상 인삼을 심지 못할 정도다. 그리고 인삼은 해가 갈수록 효능이 달라진다. 1~2년산은 위장에서 소화 기능을 북돋우며, 연수가 더해짐에 따라 폐에서 호흡 기능을 돕고 신장에서 원기를 생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시간이 더해지면 간장으로 들어가 근육의 힘을 강하게 하는 데 기여하며, 5년근 이상이 되면 정신 작용과 감각 기능을 원활히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동의보감 “심장의 구멍 열고 … 피로 쌓인 질환 원기 보충”
‘동의보감’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인삼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정신을 안정시키고 눈을 밝게 하며 심장의 구멍을 열고 기억력을 좋게 한다는 것. 특히 오랫동안 피로가 쌓인 질환에 원기를 보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한방의 인삼 효능은 현대과학을 통해서도 속속 증명되고 있다. 최근 국내외 학자들은 인삼이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의 효과를 높이고, 간질환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인삼이 심신의 기운을 북돋워 허약한 상태를 개선하고 인체의 면역력을 증강시키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그만큼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쉬어도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을뿐더러, 하루 종일 권태감을 느끼기도 하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이런 상태라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약재가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인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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