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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좋은글모심

유토피아를 찾아서

《유토피아(utopia)》를 읽는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굿모닝충청(http://www.goodmorningcc.com)

 

 

《유토피아(utopia)》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유토피아》는 이 세상의 나라가 아니라 상상 속에 존재하는 나라로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이상 사회이다.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1478~1535)는 뛰어난 지성, 지극한 신앙심, 강직한 도덕성을 간직한 훌륭한 인간으로 성인 경지에 오른 정치가이자 학자이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아우구스티누스(354~430)의 《신국》에 주석을 달을 정도로 신학에 박식했고, 평민으로 당대 최고위직을 역임한 유능한 현실 정치가이자 탁월한 인문적 소양을 가진 최고 지식인 였다.

르네상스 시기의 가장 위대한 인문주의자 에라스뮈스(1466~1536)는 진한 우정을 나누면서 학문과 지식을 교류하였던 토마스 모어를 ‘눈보다 희고 순결한 영혼’을 가졌다고 칭송했다.

| 왕권강화기

저자는 그 시대의 증인이다. 토마스 모어가 활동한 16세기는 중세말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전환기로 르네상스가 성숙해가고 있었다. 루터의 종교개혁과 절대왕권국가의 등장으로 중세 시대 최고 권력자 로마교황의 지위는 점점 하락하고 있었다. 강력한 군주 헨리 8세(1491~1547)는 스페인 출신 왕비 캐서린과의 이혼을 허용하지 않은 교황에 반발하여 아예 가톨릭을 부정하고 새로운 종파인 성공회를 설립하고, 자신이 기독교계 최고 지위라는 수장령(1534년)를 발표하였다.

한때 수도원에서 수사로 있었던 모어는 마르틴 루터(1483~1546)와 달리 가톨릭을 지키면서 교회를 개혁하자는 소신을 가졌다. 헨리 8세는 재혼한 앤의 소생을 왕위 계승자로 한다는 법안에 토마스 모어가 찬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런던 탑에 가두고 반역죄로 사형을 시켰다.

 

《유토피아》는 먼 나라를 보고 온 여행 이야기 형식으로 전개된다. 실제로 모어는 외국 출장 중에 이 글을 썼다. 헨리 8세는 당시 강대국인 스페인의 카롤 1세와 누이 메리와 정략결혼을 추진하였으나 실패하자 보복으로 자국의 인기 있는 수출품인 양모를 카롤 1세의 소유인 플랑드르 지방에 수출을 금지시켰다. 플랑드르 지방은 최고의 옷감 짜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양모의 수요가 가장 많았다. 결과적으로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고, 왕은 문제 해결 차원으로 외교사절을 파견했고, 모아는 그 일원으로 플랑드르에 갔다. 1515년 모어는 플랑드르 지방의 도시 안트베르펜에 체류하면서 라틴어로 논설 형식의 《유토피아》 2부를 먼저 쓰고, 귀국하여 대화식의 1부을 썼다.

|이상향

《유토피아》는 시대의 고통에 대한 모어의 진단과 처방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누구나 현실이 자기 이상과 맞지 않으면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신분제의 모순과 민초들의 생활상을 담은 《홍길동전》의 율도국이나 춘추전국시대의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도가》의 무릉도원이 그렇다.

모어가 활동하던 시기는 영국이 비약적 발전이 막 시작되던 시기로 중세 말의 위기를 극복하는 극심한 성장통을 앓았다. 당시는 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직전으로 근대 경제체제 모순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주 귀족들은 양모(羊毛)의 값 인상으로 농지를 돈이 되는 목초지로 바꾸는 인클로저(enclosure) 운동이 일어났다.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풍자처럼 소작농들은 도시로 내몰리고 거지로 전락하여 도둑질 끝에 교수대에 매달렸다. 한마디로 2~3명의 소수는 부자가 되었지만 대다수 가난한 농민들은 처참한 죽음으로 몰렸다.

모어는 현실 세계의 고통을 직접 겪고 고민한 결과로 얻은 비판적 성찰을 풍자 소설 형식으로 썼다. 《유토피아》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상국가를 디자인한 것으로 정치와 경제체제, 사회구조, 가족 구성, 종교와 사회철학을 담았다. 1부는 불행이 가득한 현실인 암흑세계 디스토피아(dystopia)를, 2부는 이상적인 초승달 모양의 섬나라인 이상 국가 《유토피아》를 그렸다.

가상의 주인공은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이하 라파엘)이다. 히슬로다에우스는 그리스어로 ‘허튼소리를 퍼뜨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명성 높은 이탈리아의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1454~1512)와 함께 탐험에 참가했다가 그 팀에서 나와 더 멀리 여행을 하고, 유토피아를 방문한 것으로 설정한다. 여기서 그는 많은 경험을 하고, 박식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묘사된다.

| 현실 문제에 대한 제안

1부는 영국이나 유럽의 현실 문제을 테이블에 놓고 모어는 라파엘과의 대화를 한다. 라파엘의 식견이 대단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국왕의 통치에 참여하기를 권하자, 국왕이라는 사람들은 국가를 잘 다스리는 것보다는 영토를 확장하는 전쟁을 선호한다고 비판하고, 국왕에 매여 사는 ‘굴종의 삶’을 살기 싫다고 말한다. 국왕에게 전쟁을 꿈꾸지 말도록 취임할 때 국왕의 금고에 천 파운드 이상 금이나 은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으라고 한다.

농촌에서 쫓겨난 소작농이 생존을 위해 물건을 훔치고 사형을 당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절도범을 사형시키기보다는 매우 자유로운 상태에서 공공사업에 투입할 것을 제안한다. 죄수의 노동력이 필요하면 누구든지 시장에 가서 일당으로 계약할 수 있다.

이는 살인에 대한 판결이 절도에 대한 판결보다 무겁지 않아 단지 강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없애려고 사람까지 살해할 수 있다고 법의 함정을 지적한 것이다. 2부의 내용은 《유토피아》라는 공동체를 하나의 논설 형식의 주장을 옮긴 것으로 여기서는 개인적인 요소는 없고, 모든 것이 공공의 생활이다.

| 공동체주의

유토피아에서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다. 돈이 모든 것의 척도로 남아 있는 한 사유재산은 모든 악의 근원으로 사유재산제도가 있는 곳에 정의와 행복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같이 일하고 결과물을 공평하게 나누며 먹고사는 세상이다. 공상적 공산주의 이론이다. 모어는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자기가 얻은 것을 합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면 누가 일을 하려고 하겠냐고 비판한다.

하루 총 6시간 일하는데 오전 3시간 일하고, 2시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오후에 3시간 일 한다. 그 후 식사를 하고, 8시에 취침하여 8시간 자고 일어난다. 나머지는 독서나 강의를 듣는 등 덕성을 기르는 지적 활동에 남은 시간을 보낸다.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조화시킴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개인 집은 없고 국가 소유만 있으며 10년마다 추첨으로 집을 바꾼다. 2년에 한 번씩 도시와 농촌 주민들이 교대하여 살고, 온 국민이 똑같은 단색 한 벌을 입으며 2년 동안 생활하고, 가죽으로 만든 작업복을 7년 동안 입는다. 여행은 최고 지도자의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고, 만약 허가 없이 두 번이나 여행하면 노예형을 받는다.

| 반금권주의

사회적으로 유익한 마부, 목수, 농부는 부지런히 온갖 일을 해도 비참한 생활을 하나, 사회적으로 도움 안 되는 귀족이나 금세공업자, 고리 대금업자는 호화롭고 부유하게 생활을 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빈부격차가 사라진 완전한 평등사회를 이루고자 한다면 화폐를 없애야 된다고 생각한다. 화폐를 없애려면 사고를 바꾸어야 한다. 실제로 철(鐵) 없이는 살기 어려우나 금과 은은 필수 불가결한 기능을 하지 않아 없어도 살 수 있다. 금과 은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철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보석인 금과 은으로 변기를 만드는 데 사용하거나 죄수에게 금귀고리나 금목걸이를 매게 한다.

| 공동생활

모든 문제는 가족에서 나온다고 보고 가족제도를 공적 영역으로 극단적으로 변화시킨다. 공개석상에서는 행동 감시가 용이하기 때문에 실제 가족보다 나라 전체라는 큰 가족 개념으로 설정하여 가족이나 가정에 공동체 전체 규율을 강요한다.

가족의 수가 10명에서 16명 사이가 되도록 법령으로 정하고, 정부가 과부족을 명령으로 조정한다. 식사는 마을회관에서 집단급식을 하고, 아이들은 어른들과 식탁에서 어른들의 지혜를 들으며 식사한다. 밥상머리 교육이다.

특이한 것은 남자들은 벽 쪽에 앉고, 여자들은 바깥쪽으로 앉는다. 임산부들이 갑자기 진통을 하면 자리를 뜨기 쉽게 하기 위함이다. 여성은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훌륭한 성품과 인격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메이크 업을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결혼은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결혼하기 전 맞선을 볼 때 옷을 걸치지 않고 나체 상태로 관찰하며, 이혼하기 위해서는 원로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간통한 자는 노예가 된다.

| 죄와 벌

《유토피아》에서는 단 몇 개의 법률만이 있고, 가장 쉽고 명백한 해석이 언제나 바른 해석이라고 간주하여 변호사가 없다. 산자가 죽은 자보다 범죄 억제효과가 크다고 보고, 중요 범죄는 통상적인 처벌이 노예 형이다. 일반 시민은 짐승 도살을 못 하게 하고 노예가 그 일을 한다. 순수한 인간적인 감정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은 전적으로 ‘쾌락’에 있다고 보지만 선하고 정직한 ‘쾌락’만이 행복하다고 한다. 사회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하고 공동으로 덕을 쌓으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진다고 본다. 선출직인 공무원들을 아버지라 부르고 언제나 존경심을 가지고 대한다. 국가 간에 조약은 불필요하다고 보고, 전쟁을 증오하고 전쟁이 아닌 지혜로 적을 굴복시키고, 전쟁에는 험지 출신의 용병을 이용한다. 상비군은 평화의 교란 자로 간주한다.

 

| 종교관

종교의 선택은 자유이며 어떤 신을 믿든지 ‘미트라스’를 최고의 신으로 명칭하고, 타인의 신앙에 관여하지 않고 사후에 천국을 가는 길은 오직 선행에 달려 있다고 본다. 성직자는 전시민에 의해 선출되고, 여자도 과부에 한하여 성직자가 될 수 있다. 기독교라 할지라도 남의 종교를 지나치게 비난하면 공공질서 문란죄로 기소된다. 병이 치료 불가능하면 삶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것을 권고한다. 안락사를 허용한다. 영혼은 불멸하다고 믿고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망자는 산 사람을 영혼으로 자유로이 방문하고, 조상이 늘 함께 있다고 믿고, 남몰래 나쁜 짓을 못 하게 한다.

| 사고실험

끝으로 라파엘은 《유토피아》와 같은 이상 사회가 되지 않는 것은 인간의 자만심과 오만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오만이 모든 것을 망치게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 괴물만 없다면 사람들이 진정한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내는 분별력과 예수 그리스도 권위 덕분에 유토피아 법을 인용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모어 자신이 오만하게도 국왕에게 대들다가 참수 당했습니다.

모어는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이렇게 논평한다. “감명 깊었다. 그러나, 유토피아 법 중에 적지 않는 것이 부조리하다. 가장 큰 반감은 공동체 생활과 화폐 없는 경제입니다.” 이상향을 곧이곧대로 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모어의 생각과 라파엘의 생각이 팽팽하게 맞선다는 느낌이다.스파르타처럼 강압적인 생활을 강요하는 이 체제가 모어가 꿈꾼 나라가 아닐 것이다. 《유토피아》의 내용이 농담과 역설로 여러 갈래 꼬여있어서 어떤 것이 진담이고, 어떤 것이 농담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이상향’이라는 것이 혹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 지 우리에게 묻고 의심하게 한다. 아마 모어는 현실 세계의 갈등과 모순을 보고, 해결책으로 자기 분신인 라파엘의 입을 통하여 극단적인 국가 모델을 제시하고 ‘사고실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모어는 나중에 시간을 내서 더 깊은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말로 끝낸다.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인 현실 세계를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 허튼소리이지만 굉장히 뜻깊은 허튼소리로 그만한 가치가 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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