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번식과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풀이나 나무라고 해서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 식물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뿌리나 잎, 줄기 등에서 특정한 화학 물질을 분비하여, 이웃하는 다른 식물의 발생이나 성장․번식을 억제하기도 한다. 이를 알레로파시(allelopathy), 또는 타감 작용(他感作用)이라 한다. 그리고 이들이 내놓는 화학 물질을 타감 물질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알려진 몇 가지 알레로파시를 보자. 소나무 뿌리는 갈로탄닌이라는 타감 물질을 분비한다. 그리하여 그 거목 아래에는 다른 식물은 물론이고 제 새끼인 애솔도 거의 살지 못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서식하는 관목의 일종인 살비아는 휘발성 터펜스를, 유칼립투스는 유카립톨을 줄기나 낙엽, 뿌리에서 뿜어내어 다른 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잔디밭 한구석의 클로버가 잔디와 끈질기게 싸우면서 삶터를 넓혀가는 것도 클로버가 분비한 타감 물질인 화약(火藥)의 역할 때문이다.
병원균에 대한 식물의 방어 과정도 알레로파시 현상의 하나이다. 병원균이 식물의 세포벽에 납작 달라붙어 해로운 물질을 끼워 넣으면, 빠른 속도로 체관을 통해 비상 신호 물질을 온 세포에 흘려보낸다. 상처 부위는 단백질 분해 효소 억제 물질을 이끌어 세포벽 단백질의 용해를 막으면서 세포벽에 딱딱한 리그닌 물질을 층층이 쌓게끔 하고, 파이토알렉신과 같은 항생 물질까지 생성해 낸다.
식물은 화학 물질로 말을 한다. 주지하다시피 송충이는 솔잎을, 배추벌레는 배춧잎을 갉아먹으며 산다. 그런데 송충이와 배추벌레가 달려들 때 솔잎과 배춧잎 역시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그들은 서둘러 솔잎과 배춧잎의 상처 부위에서 테르펜이나 세키테르펜 같은 휘발성 화학 물질을 풍긴다. 그러면 말벌들이 그 냄새를 맡고 쏜살같이 달려온다. 이렇게 자기를 죽이려 드는 천적을 어서 잡아가 달라고 말벌에게 신호를 보내는 그것들이 신기하지 않은가? 정말 만만찮은 창조물들이다.
알레로파시와 잡초방제
경작지의 알레로파시 현상은 BC 300년경 콩(완두)밭에서 주변잡초(남가새-Tribulus terrestris)발생억제현상에 관한 최초보고가 있음. 그 외 보리, 호밀, 귀리, 헤어리베치, 포도나무, 토끼풀, 엉겅퀴 등 농업생태계에서 알레로파시 현상에 관한 많은 보고가 있음. 주변 잡초발생을 억제시키는 알레로케미칼(allelochemicals)은 식물생장과정에서 조직(잎, 줄기, 꽃, 과실, 뿌리, 근경과 종자 및 화분 등)에 주로 함유되어 있음
□ 알레로케미칼의 잡초방제 기작
○ 알레로케미칼은 독성가스(toxic gases), 유기산(organic acids) 및 알데히드(aldehydes), 방향성산(aromatic acids), 불포화락톤(unsaturated lactones), 코우마린(coumarins), 퀴논(quinones), 플라보노이드(flavonoids), 탄닌(tannins), 알칼로이드(alkaloids), 터페노이드(terpenoids), 스테로이드(steroids) 등으로서 주로 2차 대사물질임
○ 알레로케미칼의 생태계 방출경로는
1) 잎이나 다른 조직이 토양위에 떨어져 자연분해과정 중 방출
2) 가스형태의 대기 중 방출
3) 뿌리를 통한 분비
4) 지상부위 알레로케미칼의 토양 중 용탈(leaching) 등임
○ 알레로케미칼의 잡초방제 기작(mechanism)은 주변잡초조직에 흡수되어
1) 생장발육조직의 세포분열 및 신장억제
2) 생체호르몬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교란
3) 양분흡수 저해
4) 광합성 및 관련경로 저해
5) 호흡작용 저해
6) 단백질합성 저해 등임
□ 알레로파시의 잡초방제 이용성
1) 멀칭(mulching)
2) 윤작(rotation)
3) 간작(intercropping)
4) 알레로파시 특성 작물유전자원(allelopathic type
germplasm) 선발․육성
5) 알레로케미칼의 생합성(biosynthesis) 촉진
6) 천연제초제(natural herbicide) 개발
□ 알레로파시의 농업적 이용
1. 멀칭(mulching)
1) 호밀
○ 호밀 토양 피복 시 잡초방제능력 : 30~75일까지 억제
<호밀에 의한 allelopathy 효과(우)>
- 대조구(좌)는 많은 잡초발생량이 관찰되나 호밀 시험구는 상당히 적은 양의 잡초발생이 관찰됨
<알레로파시에 의한 종자 발아 억제현상>
-발아 중 Necrosis 형성
2) 헤어리베치(hairy vetch)
○ 최근 일본에서는 헤어리베치 멀칭재배를 이용 농림성 주관으로 시, 군 시범사업(6개소)을 통하여 친환경 농업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있음
○ 녹비작물로 알려진 헤어리베치를 이용하여 벼농사에 이용한 결과 양분, 살초, 살충효과에 대한 보고를 하여 알렐로파시 녹비작물로서 그 이용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었으며 농가에서도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이용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짐
○ 하지만 친환경 벼농사에 적용할 수 있는 알렐로파시 녹비작물일지라도 이용방법이 현실적으로 실용적이어야 함
○ 기존의 녹비작물로 잘 알려지고 있는 자운영(Astragalus sinicus L, chines milk vetch), 헤어리베치 등도 최근 우리나라에서 친환경 쌀 생산 기술로서 녹비작물로 일부 농가에서 적용하고 있지만 작업과정이 번거롭고 힘들어 확대보급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임
○ 따라서 양분, 살초, 살충성분(cyanamide)이 있어 비료, 제초제, 살충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알렐로파시 녹비작물을 이용하는 신기술개발에도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는 현대적 친환경 농업기술 연구가 필요한 실정임
○ 기존의 녹비작물 활용은 주로 경운시 토양에 혼화(soil incorporation) 처리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였지만 이렇게 할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어 기피대상이 되고 있음
첫째는 작업이 번거로움. 즉 가을에 파종한 녹비작물을 이앙 전 적당한 길이로 절단하여 논에 깔거나 녹비작물이 세워져 있는 상태에서 논갈이 및 써레질 작업을 함으로써 작업이 불편하고 힘든 편임
둘째는 이앙작업 시 결주율이 높음. 토양 속에 녹비작물 유기체가 섞여있어 써레질 후 이앙 작업시 이앙한 모가 제대로 심어지지 않아 결주율 발생이 높음
○ 따라서 비료, 제초제, 살충제 효과가 있다는 알렐로파시 녹비작물의 활용은 이와 같은 기존의 녹비작물 활용방법과 다른방법이 효율적임
2. 윤작(rotation)
○ 한 농작물을 계속하여 재배할 경우 지력이 떨어지는데 이는 그 농작물이 토양으로 생장 억제물질을 내놓기 때문임
예) 밀, 귀리, cowpea 등
3. 간작(intercropping)
○ 일본에서는 헤어리베치의 알레로파시특성을 이용하여 벼와 간작으로 효율적인 잡초방제를 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특성과 방법을 농가에서 이용하고 있음
○ 이 방법은 알렐로파시 녹비작물이 포장에서 자라고 있는 상태(줄뿌림)에서 이랑사이로 벼 유묘를 이앙(무경운 또는 부분경운 이앙)하는 기술임(그림)
○ 본 기술은 작업 효율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알렐로파시 녹비작물(allelopathy green manure, AG) 이 물에 약하다는 생리, 생태적인 특성을 이용함
○ 즉 우리나라 기후 및 토양환경에서는 3월 하순~4월 상순경 알렐로파시 녹비작물(헤어리베치)을 파종(건답조건)한 후 알렐로파시 녹비작물이 20~30cm 내외 자랐을 때 논에 관개를 한 후 중묘기계이앙을 알렐로파시 녹비작물 줄사이 무경운 또는 부분경운이앙기를 이용하여 이앙하게 되면 알렐로파시 녹비작물은 내습성(물에 약한 특성)이 약하여 엽록소 파괴 등으로 죽게 되며 알렐로파시 녹비작물의 분해과정에서 생성되는 양분, 살초성성분(cyanamide-NH2CN), 살충성성분 등이 비료, 제초제, 살충제 효과가 있음
4. 알레로파시 특성 작물유전자원(allelopathic type
germplasm) 이용
○ 본 기술은 1988년 미국 USDA-ARS에서 전 세계 벼 유전자원 12,000종을 이용하여 벼 유전자원 자체가 지니고 있는 알레로파시효과를 검정하였음
○ 이 가운데 412종이 알레로파시효과가 있음을 밝혔으며 광엽잡초인 ducksalad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하였으며 이 경우 반경 10cm 내의 잡초발생을 저해하는 것으로 밝혀졌음
○ 또한 국내에서도 여러 연구자들이 본 시험을 수행하였지만 실용적인 효과가 인정되지 않고 있음
5. 알레로케미칼의 생합성(biosynthesis)
○ 최근 친환경 작물재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태계에서 자라고 있는 고등식물의 2차 대사산물을 이용한 천연제초제 및 생물활성물질 개발에 많은 연구투자를 하고 있음
○ 하지만 실험실적인 규명과 생물검정수준효과에 관한 보고는 있지만 실용적 이용가치수준의 알레로케미칼의 생합성기술개발은 없는 실정임
○ 따라서 이 분야 연구도 생명산업분야와 더불어 연구가 활성화되어 천연활성물질 생산공장산업의 지속적인 개발이 요구됨
6. 천연제초제(natural herbicide) 개발
○ 자연생태계에서 생합성되고 있는 천연물질은 분해과정에서 생분해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환경에 안전하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음
○ 하지만 유용한 천연물 탐색이 어렵고 생성량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 산업화하기 어려움
○ 따라서 최근에는 천연활성물질을 분리, 동정하여 실험실에서 유기합성법으로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음
□ 알레로파시의 농업적 이용 전망
○ 자연생태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알레로파시현상을 현대적인 농업기술로 발전시키고자 활발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음
○ 특히 멀칭, 간작, 윤작방법은 그동안 실용적으로 활용하여 왔으나 대규모면적, 제한적인 노동력하에서는 이용하기가 어려움
○ 최근 간작(헤어리베치/벼)시스템은 실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알레로파시를 이용한 현대적인 유기농법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를 받고 있음
(농촌진흥청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