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403)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난한 축제 가난한 축제 / 우은숙 우리 동네 과수원에 봄마다 피는 배꽃 올해도 어김없이 허리 휠 듯 피었는데 고딕체 영농금지가 개발구역 통보한다 숨 막히게 피워낸 눈부신 절정의 행렬 시리도록 폭죽 터진 저 축제 언제 끝날지 아찔한 고요의 시간 화두처럼 번져갈 쯤 난 재빨리 몸 안으로 배나무를 가지고 와.. 후박나무와 개미 후박나무와 개미 / 우은숙 정곡을 내리 찌른 햇살의 가장자리 무릎 스친 바람이 고황산을 훑고 가면 후두두 후박나무 잎에서 가을이 쏟아진다. 잎사귀 떨어지는 소리에 그만 놀라 기겁하고 도망가는 개미 한 마리 발 밑에 무명의 작은 풀들도 가을을 보듬었구나. 낯익은 계절 속에 목마른 함성으로 또 .. 사랑의 상처 사랑의 상처 / 우은숙 사랑으로 가거라 안개의 샘물을 새벽녘 어스름에 퍼 올리더니 끝끝내 삼킨 눈물 내려 피워내는 꽃송이. 온종일 가위에 눌려 몸살 앓는 바다는 숨가쁜 속사정을 그 누가 눈치챌까 성급히 부글거리는 파도를 캐낸다. 아픔으로 오너라 갈증 난 해무 속에 큰 덩치로 입을 막고 어깨에.. 이전 1 ··· 48 49 50 5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