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식물이 ‘補藥’
호주의 한 제약회사가 보르네오 섬에 사는 어떤 나무들로부터 에이즈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아주고 암도 억제해주는 물질을 발견했다고 한다. 식물로부터 치료물질을 얻는 일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의학기술이다. 식물에게서 얻을 수 있는 약리물질은 식물이 자신을 먹이로 삼는 적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바이러스,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로부터 무수한 곤충과 동물들에 이르기까지 식물을 먹고 분해하는 생물들은 식물 입장에서 보면 ‘적’이고 ‘공격자’이다. 적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식물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특수한 화학물질을 만들어왔다. 자기를 먹는 적을 공격하기 위해 몸속에 독을 넣어둔 것이다. 특히 몸체가 작은 초본이나 치열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에 이런 독이 많다. 그래서 많은 의학물질들이 복잡한 열대림의 식물들로부터 발견된다. 온갖 미생물이 득실대는 토양에서 자라는 마늘이나 더덕 같은 식물들이 강한 약성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다.
미생물이 숨쉬는 좋은 토양에서 만들어진 상추는 그자체가 약이다. 질소과잉(왼쪽)의 상추는 미부숙
축분퇴비 투여가 원인으로 독이되는 아질산도 검출되였다. 좋은 상추(오른쪽)는 색깔부터 틀리다.
그런데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이런 방어물질을 만들어낸 식물은 정작 사람이라는 생물종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식물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다양한 공격자들을 상대해왔지만 사람은 식물 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만난 공격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들은 아직 사람으로부터 자기 몸을 방어할 물질을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사람들은 식물들의 다양한 방어물질을 약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렇게 사람 몸에 이로운 물질 중에 ‘플라보노이드’라는 것이 있다. 식물의 지질 성분 중 페놀화합물의 한 그룹을 일컫는 말이다. 플라보노이드에는 알려진 것만으로도 2000 종류가 넘게 있다. 요즘 상품화돼서 나오는 각종 먹을거리들은 이 플라보노이드가 함유돼 있다는 홍보들을 많이 하고 있다. 암을 막아주고 피를 맑게 해주고 항 바이러스, 항 알레르기 작용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은 플라보노이드란 식물 조직이라면 어디나 존재하는 보편적 물질이다. 말하자면 식물은 먹으면 양적인 차이는 나지만 다 보약인 셈이다. 특히 봄철에 새로 돋아나는 어린 조직들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용한 성분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 무슨 특별한 식물에만 몸에 이로운 특별한 성분이 있는 것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웰빙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는 유기농 채소도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식물은 잘게 쪼개진 양분 조각을 물에 녹여 뿌리를 통해 흡수한다. 양분의 기원이 화학비료에서 오든 똥에서 오든 또는 아주 잘 조합된 유기질 비료에서 오든 일단 쪼개져 식물에 흡수되고 나면 그것들은 똑같은 물질로 거듭난다. 그러니 값비싼 유기농 재배 식품을 사지 못한다는 자괴감이나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골고루 잘 먹으면 다 보약이 되는 것이다. 유기농 재배는 토양환경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식물 자체의 질을 결정짓는 절대적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들의 오해는 비료와 농약에 대한 혼돈에서 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비료는 땅속에 들어가면서 완전히 분해되도록 만들어지지만 농약은 약성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재배과정에서 농약을 뿌렸다면 분해되지 않은 농약 성분의 극히 일부가 식물체에 남아 있을 수 있지만, 화학비료의 경우는 식물의 몸체로 흡수되고 나서는 유기질 비료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병을 막아주는 무슨 성분이 들어있다든지, 또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이라든지 하는 것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햇살 좋은 야외로 몸과 마음을 열어보는 것이 어떨까. 싱싱하게 돋아나는 초록 물결을 보면서 몸과 마음을 흥분시키는 일, 그것이 훨씬 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참고: 차윤정(산림생태학자) http://www.ot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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