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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나의이야기

휴가철에 생각하는「나무를 심은 사람」

 나무를 심은 사람

 

 

 

장지오노/ 장광진 씀

 

 

「나무를 심은 사람」은 한 늙은 양치기 노인의 감동적인 삶을 그린 이야기이다. 아무도 없는 황무지에서 매일 한 자루씩 도토리를 주워다가 성한 것만 골라내어 정성껏 심는 모습을 본 여행자는 몇 년 후 그 황무지를 다시 찾아가 보고는, “떡갈나무가 나의 키를 훨씬 넘고 있었다. 그것은 실로 기적 같은 광경이었다”고 자연의 경이로움과 단 한 사람의 외로운 노력에 감탄했다. 추석의 여유로운 시간에 읽어 보면 인생의 의미를 찾을 것이다.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한 여행가는 전혀 가 본 적이 없는 어떤 산골로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해발 1,300미터쯤 되는 높은 지대였으며, 완전한 황무지였다. 가도 가도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길을 사흘간이나 계속 걸어 어떤 마을에 도착했는데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끔찍스러운 마을이었다. 지붕이 날아가 버린 대여섯 채의 집과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지 않는 듯했고, 목이 말라 우물을 찾았는데 물이 완전히 말라 있었다. 목이 말라 견딜 수가 없었지만, 어디에서도 물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저 멀리에 조그마한 검은 그림자가 언뜻 보였다. 그런데 그 그림자는 양치는 노인이었다. 노인의 옆에는 30마리쯤 되는 양들이 누워 있었고, 노인은 가죽부대를 풀어 우선 여행자에게 물을 마시게 해 주었다. 양치기 노인은 여행자를 잠시 쉬게 한 다음 들판 한쪽 구석에 있는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노인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좋은 느낌을 주었다. 노인은 돌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아득하고 평화롭게 들려 왔고, 부뚜막 위엔 수프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노인은 여행자에게 따뜻한 수프를 갖다 주고, 담요를 펴 주었다.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노인은 여행자가 자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마을 사람들은 매우 가난했으며, 대개 숯을 굽는 일을 하고 살았는데 그들의 소원은 그 마을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매일 지겨운 생활이 계속하다 보니 사람들은 자연 마음이 메말라져 사소한 일에도 다투길 잘했다.


  여행자가 수프를 다 먹고 나자 그 노인은 어디선가 조그만 주머니를 갖고 와서 도토리를 하나씩 꼼꼼하게 가려내기 시작했다. 노인은 펼쳐놓은 도토리 중에서 우선 큼직한 것을 골라내더니, 다음에는 골라낸 것들을 하나씩 살펴본 후 제대로 된 도토리 100개를 모으고 난 후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노인은 골라놓은 도토리를 물 속에 잠시 담갔다가 꺼내어 자루에 담았다. 그리고 자루를 허리춤에 매달고 양떼를 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양치기 노인이 들고 있는 것은 나무지팡이가 아니라 쇠막대기였다.


  양치기 노인은 양떼를 몰고 가다 어느 풀밭에 양떼들을 풀어놓고, 약 200미터쯤 계속 올라갔다. 그리고는 쇠막대기로 땅에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노인은 그 구멍마다 도토리를 하나씩 심고는 정성스레 흙으로 덮었다.

 

 

  다음날 여행자는 노인과 헤어져 또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자가 알아낸 사실은 떡갈나무를 심는 땅도 노인의 것이 아니며, 3년 전부터 이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10만개의 씨앗을 심었는데 그 중에서 2만개 정도 나무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양치는 노인은 55살이며, 가족과 함께 농장에서 살았는데, 갑자기 아들과 부인을 잃게 되었다. 혼자 남게 된 양치기 노인은 마을을 떠나 이곳에 와서 양떼와 개 한 마리만을 데리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노인은 무언가 세상을 향해 좋은 일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이 황무지에다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양치기 노인을 만났던 그 다음 해에 그만 전쟁이 일어나고 말았다. 여행자도 전쟁터에 나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5년 동안 싸웠다. 그 동안 양치기 노인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그가 다시 그 산골을 찾아간 것은 전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였다. 그때의 황무지는 조금도 변한 게 없었다. 그리고 처음에 찾아갔던 그 마을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느낌도 여전했고. 그런데, 저 멀리 아득히 먼 곳에 잿빛 아지랑이 같은 것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는 게 보였는데 그것은 떡갈나무 숲이었다.

 

     


 

  그는 단숨에 양치기 노인의 집으로 달려갔다. 혹시 그 동안 돌아가시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을 조이면서, 그러나 양치기 노인은 예전보다 더욱 건강한 모습이었고, 변한 게 있다면 양떼를 기르는 대신 100통의 꿀벌을 치고 있다는 것뿐. 양들이 자꾸 나무의 묘목을 뜯어먹어서 꿀벌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양치기 노인은 전쟁이 한참 벌어지고 있는 중에도 꿋꿋이 나무만을 계속 심었다. 10년 전에 심었던 도토리가 뿌리를 내려 벌써 그의 키보다 훨씬 더 크게 자랐다. 그는 이 놀라운 광경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어 버렸는데, 양치기 노인은 혼자서 이토록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숲에는 떡갈나무뿐만이 아니라 너도밤나무도 자라고 있었고, 자작나무도 울창하게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더욱 놀란 것은 물 한 모금 찾을 수 없었던 이곳에 시원한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아무도 살 수 없던 황무지가 낙원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양치기 노인 혼자서 이 모든 것을 이루어 놓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조금씩  조금씩 변하면서 찾아온 이 새로운 세상이 저절로 된 줄로만 생각할 뿐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잊어선 안 될 것은 울창한 숲, 상쾌한 바람, 아름다운 시냇물, 이 낙원이 탄생하기까지는 양치기 노인의 쓰라린 고통과 절망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해, 양치기 노인이 1만 그루의 단풍나무를 심었는데 한 그루도 남지 않고 모두 죽어 버렸다. 노인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에 빠지게 되었지만 노인은 다시 일어났다. 그 다음 해에는 너도밤나무를 1만 그루 심었다. 너도밤나무는 아주 잘 자랐다. 양치기 노인의 절망과 고통이 밑거름이 되어 숲이 울창해진 것이다.

  그 이후 여행자는 매년마다 양치기 노인을 찾아갔다. 세월이 흐르면서 노인도 많이 늙어 갔지만 나무 심는 일은 그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귀신이 나올 것 같던 마을에도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특히 젊은 부부들은 마당에다 꽃밭을 만들었다. 장미와 금어초, 셀러리와 아네모네... 어느 집이나 들어가 살고 싶은 집들뿐이었다.


  한사람의 양치기 노인이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를 오늘의 낙원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꼭 기억하여야 한다. 그러기에 인간은 위대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생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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