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알면 환경농업이 보인다.
흙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흙 속에는 60여종이 넘는 원소가 모여 복잡한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흙 1g 속에 무려 3천만 마리가 넘는 미생물이 살고 있다. 흙 속에서는 현대 과학으로도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 같은 일이 무수히 일어나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상호 의존하고 주고 받는 먹이사슬로 이어져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 흙은 식물한테 영양을 제공하고 식물체는 다시 썩어 흙으로 돌아가 식물의 먹이로 남는다. 산에 비료를 주지 않아도 나무가 잘 자라는 것은 바로 자연생태계의 순환원리 때문이다.
흙과 식물은 서로 화합하여 사람도 할 수 없는 신비에 가까울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낸다. 흙과 식물은 인류의 생명창고와 같은 고마운 존재다. 식물만이 유일한 생산자며 다른 동물은 식물이 생산해 놓은 식량을 먹고 사는 소비자에 불과하다.
공기 중에는 단백질의 주원료인 질소(N) 성분이 전체의 80% 이상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그것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러나 식물은 뿌리에서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고정하는 비료공장 역할을 하며, 사람이 필요한 단백질원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공기 중에 탄산가스(CO2)를 받아들여 광합성이라는 과정을 거쳐 인류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탄수화물을 생산해 낸다.
그러나 인간이 식물에서 얻은 과실을 채취하고 얻은 만큼 돌려주지 않으면 흙은 생명력을 잃게 된다. 흙에서 얻은 만큼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바로 유기물 퇴비나 화학비료라 하겠다.
흙에는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필수 영양소가 있는데 이중 질소, 인산, 가리 성분이 크게 부족하여 매년 보충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유기질 비료도 있지만 대부분 화학비료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은 작물이 필요한 양만큼 비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수량이 떨어지고 있다. 매년 수십 만톤의 화학비료를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화학비료가 나쁘다는 일반적인 편견은 버릴 때가 되었다. 너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고 적당하면 작물은 잘 자라고 환경도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화학비료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의 흙은 사람으로 말하면 성인병과 같은 증상에 걸려 있는 셈이다.
흙이 작물재배에 적합한지 진단하여 비료를 얼마나 주어야 되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이 즉 토양검정이다. 토양검정은 시군센터를 비롯한 농촌진흥기관 어디에서도 간단하게 진단을 받아볼 수 있다.
그러나 내 땅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 기준에 맞게 작물을 재배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화학비료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다보니 농산물의 안전성에 위협을 받고 우리의 농토와 환경은 균형을 잃고 마는 것이다.
작물이 원하는 최적의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이 바로 환경농업의 시작이다.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지속가능한 농업은 흙을 이해하고 흙을 살리는 정밀농업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윤병두 (전 한국농업대학 기술연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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