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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자 하버(Fritz Haber) 버림받은 애국심 중앙일보 입력 2022.05.09 00:42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과학철학 옛날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위인전을 참 많이 읽었다. 위인으로 꼽히는 사람들 중에 과학자들도 꽤 있었는데, 특히 과학적 업적이 훌륭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귀감이 될 만한 인물들이었다.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아인슈타인, 여성과학자로서 선구자적인 모범을 보여주었던 퀴리부인 등등. 그런데 업적이 탁월해도 위인전에 나오지 못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이 긍정적인 사회적 기여를 했는가를 따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화학자 하버(Fritz Haber)이다. 하버는 암모니아 합성에 기여한 공로로 191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나간 지금 돌이켜보면 의아할 수 ..
아름다운 인생 90세부터는 '아름다운 인생' 살고 싶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4.29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내가 90까지 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 욕심을 갖지도 않았다. 두 친구 안병욱·김태길 교수와 같이 열심히 일하자고 뜻을 모았다. 셋이 다 90까지 일했다. 성공한 셈이다. 90을 넘기면서는 나 혼자가 되었다. 힘들고 고독했다. 80대 초반에는 아내를 먼저 보냈는데, 친구들까지 떠났다. “앞으로는 어떻게 하지?” 90대 중반까지는 일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100세까지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철학계의 선배 동료 중에는 97, 98세가 최고령이었고, 연세대 교수 중에도 100세를 넘긴 이가 없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새 출발을 해야 했다. 생각을 정리한 결과가 ‘아름다운 늙은이’로 마무리하자..
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 희귀한 보물 중앙일보입력 2022.04.21 최승표 기자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이 이달 24일까지 목련축제를 진행한다. 평소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었던 목련정원과 목련산을 축제 기간에만 특별 개방한다. 사진 오른쪽 위에 보이는 한옥이 민병갈 설립자가 살았던 후박나무집이다. 목련산 트레킹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그 앞으로 걸을 수 있다. 어느새 반소매 티셔츠가 어색하지 않은 날씨가 됐다. 꽃놀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면 충남 태안으로 눈을 돌려보자. 천리포해변에 자리한 천리포수목원에서는 4월 말에도 벚꽃과 목련꽃이 핀다. 벚꽃과 목련꽃뿐만이 아니다. 국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 한국 최초의 민간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이다. 올해는 천리포수목원에도 뜻깊은 해다. 설립자..
김형석의 100년 산책 "나는 왜 태어났는가" 중앙일보 입력 2022.04.15 “나는 왜 태어났는가?” 누구나 스스로 물어보는 과제다. 제각기 인생을 살면서도 대답에는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일찍 이 물음을 가졌다. 초등학생 때, 늦게 집에 들어서는데, 어머니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병신 같은 자식이지만, 생일날 저녁에 조밥을 어떻게 먹이겠느냐?”는 탄식이었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엄마! 나 괜찮아. 지금 영길네 집에서 ‘오늘이 장손이 생일인데 우리 집에서 저녁 먹고 가라’ 고 해서 이팝에 고기도 먹었어. 저녁 안 먹어도 돼”라고 거짓말을 했다. 항상 어머니가 내 꺼져가는 촛불 같은 나약한 건강을 걱정했기 때문에 그런 거짓말이 쉽게 나왔다. 어머니는 “그럼 됐다. 아버지나 드시면 되니까 우리는 걱정할..
2040년 세계 육류시장 60% 대체육 식탁 혁명 이끌 대체육 뜬다 중앙일보 2022.01.29 “삼겹살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만드는 사료와 근육을 만드는 사료를 번갈아 먹이는 한국인의 비육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다.” 음식 칼럼니스트 박정배씨가 쓴 『한식의 탄생』 중 삼겹살 편 첫 문장이다. 뜨겁게 달군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잘 구워진 삼겹살 한 조각을 입에 물었을 때 터지는 육즙과 쫄깃한 식감을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집집마다, 식당마다 ‘부루스타’라는 개인화로를 앞에 두고 직화구이로 고기를 굽는 풍경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만의 문화다. 그랬던 우리 밥상 위에 ‘대체육’이라는 새로운 식품이 등장했다. 그 옛날 ‘콩고기’는 잊어도 좋아 국내에선 식물 추출 성분들로 고기와 비슷한 형태·질감·맛·향..
LED 조명 감은 나무, 밤잠 설친다 LED 조명 감은 나무, 밤잠 설친다 https://news.v.daum.net/v/20220214071015031 앵커] 식물원이나 캠핑장, 도심 공원에서 야간에 LED 조명으로 장식된 나무를 자주 볼 수 있는데요. LED 조명은 밝기가 과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느낌이지만, 실험을 해보니 야간 LED 조명은 나무의 생체시계를 교란해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고 성장도 막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에 양훼영 기자입니다. [기자] 겨울밤을 화려하게 수놓는 나무 조명.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곳곳에 조명으로 장식된 나무가 늘어납니다. 그런데 LED 조명을 밤새 켜놓으면 나무의 생체 시계를 교란시켜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습니다. 연구진은 소나무와 왕벚나무, 은행나무..
송호근의 세사필담 1 첫 발자국 중앙일보 입력 2022.01.25 송호근 본사 칼럼니스트·포스텍 석좌교수 첫 발자국만큼 가슴 설레는 말이 있을까. 눈 덮인 오솔길에 찍힌 첫 발자국, 그걸 따라 난 종종걸음 흔적은 미지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그 발자국의 주인공은 봄을 그리며 겨울을 나고 있을 거다. 갓난아기의 첫걸음은 가족의 환호성과 함께 추억에 접혀 있다. 삼십이립(三十而立)을 향한 대장정의 첫발을 누가 잊으랴.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는 태양계 바깥 담장에 도달했다. 지구에서 228억 ㎞란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첫발을 내디딘 건 1987년, 필자가 30대 초반의 일이다. 그 설렘과 벅찬 감동을 가슴 한 켠에 지피며 35년 세월을 지냈다. 그해 6월의 함성은 귀에 쟁쟁하다. 절대 권력이 물러갔다! 낯선 민주주의는 곧..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꿀벌 떼죽음 주범은 살충제였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력 2017.07.06 03:00 꿀벌을 떼죽음으로 내몬 주범이 살충제라는 사실이 유럽에서 실시한 대규모 야외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지금까지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계열 살충제가 꿀벌에게 해롭다는 연구는 대부분 실험실 차원에 그쳤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대규모 실증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꿀벌의 위기는 곧 인류의 위기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농작물 중 71종이 꽃가루받이를 벌에게 의존하고 있다. 이번 연구로 유럽의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판매 금지 조치가 연장되고 다른 나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축구장 3000개 면적 조사 영국 생태수문학 연구센터의 리처드 파이웰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