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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우시인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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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2 난초 1 이병기 (1891-1968) 한손에 책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 가고 서늘바람 일어 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 가람문선 현대시조의 아버지 가람 난초가 개화하는 순간을 그려낸 작품이다. 가람의 이 시조를 보면 고시조의 옷을 완전히 벗어 던진 것임을 알 수 ..
시조가 있는 아침 1 다정가 多情歌 이조년 (1269-1343)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못 이뤄 하노라 -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는 새해 은하수가 흐르는 자정 무렵, 달빛에 비친 배꽃이 희다..
내통 내통 우은숙 몸 야윈 강 하구에 생살 찢는 나무들 서걱대던 몸 틀어 새봄과 내통했나 황급히 움직이는 손, 신음마저 다급하다 광속으로 읽어내는 분주한 눈빛 화답 경직된 종아리 풀자 푸른 정맥 휘돌고 애타던 내 마음 한쪽도 초록으로 화끈하다
염화 염화鹽花 우은숙 곰소항 염전에 햇살이 곧두박질이다 한곳을 향하여 모질게 내리 꽂는다 그 빛에 비틀대는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 숨죽이고 있던 내가 부르튼 속살을 허옇게 내보이기 시작한 건 이때였다 납작한 몸을 절이고 마음까지 절인 그때 바람에 물기 말려 서걱해진 서류 위에 짜..
모래가 되다 모래가 되다 우은숙 무릎 접은 낙타의 겸손에 올라타고 둥근 가슴 몇을 지나 사구沙丘에 도착한 순간 시뻘건 불덩이로 넘는 사막의 꽃을 본다 설렘은 떨림으로, 떨림은 두근거림으로 고요마저 삼켜버린 핼쑥한 지구 한 켠 응고된 지난 죄목들 모래 위에 뒹군다 나는 고해성사하는 신자처..
첫마음 / 정채봉 첫마음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날의 첫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새례 서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
길 고은 길이 없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숨막히며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역사이다 역사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부터 미래의 험악으로부터 내가 가는 현재 전체와 그 뒤의 미지까지 그 뒤의 어둠까지이다 어둠이란 빛의 결핍일 뿐 여기서부터 ..
새벽길에 만난 싯구 새벽길에 만난 시 사진 클릭하니 시가 크게 보이네∼∼ 지하철에서 만나는 시, 예전에는 책이나 라디오 음악들으면서 심심함을 달래가며 목적지까지 언제가나 시간만 들여다 보곤 했지요. 요즘에는 핸드폰이나 볼거리들이 다양해서 혼자 전철타고 다녀도 심심하지 않는것 같아요. 지하철 시대, 강남역에서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거기에 어떤 시가 적혀있더라구요. 바쁜 일상 생활에서 마음 편히 시 한편 읽기 힘들잖아요. 그 곳에서 만난 모국어로 된 싯구가 넘 반갑고 가슴에 남아 글 올려요. 님들도 마음에 여유을 갖고 함 읽어보세요. m.blog.naver.com/ccaass1453/220598870252 새벽길 우은숙 다 헤진 계절 안고 나이테를 꺼낼 때면 휘어진 시계 앞에서 안부 가끔 궁금하죠 비명을 지르다말고 뛰어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