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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우시인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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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리랑 정선아리랑 [가슴으로 읽는 시조] 조선일보 2012. 10. 9 손도 발도 다 녹고 목소리만 남았나 봐 목젖만 남겨놓고 몸 던지는 꽃잎처럼 혼자서 흘러왔다가 터져버린 폭포처럼 울 수조차 없는 한(恨)을 안으로 삭히며 강 밑바닥 물청때를 밀봉 풀고 건진 소리 잘 익은 막걸리 속엔 후렴구만 짙게 ..
"Autumn Day" "Autumn Day" - Rilke, Reiner Maria "가을날" "Autumn Day" - Rilke, Reiner Maria "가을날" Lord: it is time. The summer was great.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Lay your shadows onto the sundials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소서. and let loose the winds upon the fields. 그리고 들에다 바람을 풀어놓으소..
바다파는 아낙 서울 중부 시장의 바다이야기 1980년대 서울 중구 오장동 중부시장은 시어머니 심부름을 나온 '새댁'들로 북적였습니다. 한손에는 고등어 묶음, 다른 한손으로는 굴비 두름을 든 며느리들이 북적였지요.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공세에 중부시장도 속수무책, 어느덧 나이 지긋한 고객들..
물무늬를 읽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우은숙 우리 집 창고엔 어둠을 덮고 누운 자잘한 것들이 살 부비며 살고 있다 모종삽, 낡은 소쿠리, 녹슨 호미, 괭이까지 그뿐인가 봉숭아, 맨드라미, 국화꽃 무, 배추, 오이, 호박, 붉은 홍화 씨앗까지 모두 다 어둠으로만 제 몸을 감싸고 있다 천지간 잔멀미로 울렁이는 전갈 받았나 서로의 몸 흔들며 하나둘 깨어난다 작은 발 꼼지락거리며 수런대는 저 생명들 기억보다 몸이 먼저 알아낸 빠른 감각 겨우내 끌고 온 침묵의 흙 앞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봄, 봄인 것이다 위 시를 찬찬히 세 번 읽고 나서 눈을 감아 본다. 나는 한 마리 거미가 되어 총총, 고요가 삼키는 은빛 물길을 따라 유년의 수채화를 그린다. 마당 넓은 집 한 채가 보이고, 수건을 두른 내 어머니일 것 같은 아낙과 아..
눈, 동치미국물, 메밀국수, 백석 눈, 동치미국물, 메밀국수, 백석 박해현 조선일보 논설위원 올해로 백석(1912~1996) 시인이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평안도 정주에서 태어난 백석이 어렸을 땐 고향에 폭설이 내리면 산토끼가 눈구덩이에 빠졌다가 사람들 손에 쉽게 잡혔다. 겨울엔 꿩 사냥도 제철을 맞았다. 집집마다 ..
행복감을 안겨주는 귀촌생활 행복감을 안겨주는 귀촌생활 얼마나 동경했던가 흙과 함께하는 농촌생활을 구름도 자고가고 바람도 쉬어간다는 추풍령의 귀촌하던 날 함박꽃같은 기쁨이 넘쳐 흘렀네 복잡한 도시생활에 비해 가볍고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의 신비속에 도취된 채 내 자신을 잊고 살아왔던 지난 날을 되돌아 ..
시보다 아름다운 도시락 편지 아름다운 도시락 편지 아내의 도시락 편지 불우한 환경 때문에 끝내 배움을 포기하고 공장에 취직해 말단 직공으로 있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일을 하며, 늘 흉하게 기름때 묻은 자신의 모습을 혐오하다가 끝 모를 열등감으로 매일 술만 마시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마음 착한한 여자를 ..
서시 서 시 이시영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니의 긴 이야기를 듣자 <1976년> 하늘아래 첫동네 강원도 인제군 진동리 오미자재배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