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우시인시선 (83) 썸네일형 리스트형 찔레꽃 그늘 찔레꽃 그늘/우은숙 찔레 덤불 사이사이 바람이 지나가자 무리지어 흰 꽃을 터트린 찔레꽃이 반 접힌 오후의 액자에 그림처럼 걸린다 발긋발긋 터지는 순간마다 꽃망울은 한낮의 거친 볼에 그늘을 키운다 그늘은 가난한 땅에서 더더욱 넓어진다 꽃그늘 사이로 피어난 흰 발자국 하나 선명한 판화로 .. 저녁 해 저녁 해 /우은숙 찬란한 치마폭은 유혹을 위한 마술 눈도 입도 다 가리고 맥박만을 남겨 논 채 숨어서 또 다른 해를 뜨겁게 익힌다 실족(失足) 실족(失足) /우은숙 채 눈도 뜨지 못한 성급한 어린 까치, 햇빛 쫓아 나오다 어, 어, 어, 기우뚱, 탁 ! 찰나에 금이 간 지구 사랑니가 시리다 13월의 수첩 13월의 수첩 /우은숙 1. 다른 세상 내 이마를 밟고 가는 아침저녁 거두고 가끔씩 지구밖에 앉아 휴식을 구한다 파릇한 낯설음의 떨림 끌어안는 찡한 새벽 2. 세상보다 무거운 달력 한 장 지는 해 끌어내려 애기 하나 더 낳아볼까 펄럭이는 달력 한 장 세상보다 무거워 이름표 달지 못한 채 바람소리만 윙.. 사랑은 그래서 아프다 사랑은 그래서 아프다 / 우은숙 꽝꽝 언 왕송저수지에 얼음썰매 타면서 호기심에 건넌다 무언가 툭! 발에 채인다. 얼음 틈, 보시의 배를 내민 물고기 한 마리. 여몄던 단추 풀고 겨울 철새 허기 위해 풍장으로 누워 있는 물고기의 허연 살점 총·총·총 새들의 발자국 빙판위에 바쁘다. 숨 가쁘게 살아.. 흐름의 시학 흐름의 시학 우은숙 꽃잎이 이리저리 흩어진 소양강에 그 꽃잎 다칠까봐 물길이 주춤주춤 급류에 걸린 돌부리 등에 업고 에돈다 바람도 길을 바꾸어 꽃잎 따라 흐르고 발그레한 하늘 길도 흐름 쫓는 강가에 저 혼자 흔들며 몸을 푼, 꽃잎 떨군 빈 가지 강물은 밤새도록 내 몸속을 흐르는데 난 거부의 .. 곁눈질 곁눈질/우은숙 미치겠다 미치겠다 곁눈질로 보는 세상 가자미 한 마리 지상의 길 찾으니 어쩌나! 세상은 온통 길 없는 길 뿐이네 아픈 발로 춤추던 길가의 찔레꽃도 하르르 하르르 애써 웃던 조팝꽃도 하얗게 들뜬 속내로 세상을 살피는데 힐끔거린 시간들은 꽃 넘고 나를 넘어 오후의 낮달 속에 분분.. 벽 벽/우은숙 무성한 언어들이 수없이 난무하는 벽과 벽 사이에서 더 견고한 침· 묵· 의 벽 음, 흠, 흡! 하늘도 잠시 숨죽이다 긴 숨 쉰다 이전 1 ···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