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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우시인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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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금요일/우은숙 해당화가 내 허리를 꾹 찌르는 것이었다 금요일이었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숨겨둔 물음표 꺼내 낚싯대에 거는 아침 내 낡은 물음표는 파도에 밀려갔다 정동진이었다 파도도 대답하지 않았다 소금기 켜켜이 배도록 꿈마저 감춘 오후 두레박으로 퍼 올린 가슴 속 퍼즐 조각 더 이상 바람..
어떤 배경 어떤 배경 우은숙 음악처럼 눈물 누른 초저녁 물미해안 항구의 갈피갈피 어린 새 날아 와 빈 하늘 무대를 꽉 채운 아아, 따뜻한 배경
사랑은 그래서 아프다 사랑은 그래서 아프다/우은숙 꽝꽝 언 왕송저수지에 얼음썰매 타면서 호기심에 건넌다 무언가 툭! 발에 채인다 얼음 틈, 보시의 배를 내민 물고기 한 마리 여몄던 단추 풀고 겨울 철새 허기 위해 풍장으로 누워 있는 물고기의 허연 살점 총·총·총 새들의 발자국 빙판위에 바쁘다 숨 가쁘게 살아왔을 ..
안개 그리고 길 안개 그리고 길/우은숙 지워진 길 위에 길 하나를 만들고, 또 하나의 길 지우는 그 길 위에 내가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길을 또 지워야 하리 철없던 외침을 날개에 새겨 넣고 하늘을 건너는 은빛 나비 한 마리 빈 배는 나침판 없는 더듬이를 쏟아낸다 길 위에서 길을 잃어 혼자가 된 내 앞에 수척한 ..
동행 동행/우은숙 강물 위를 달리는 춘천행 2시 기차 기다림의 휘장 두른 땀내 절은 긴 의자에 어머니 눈물 같은 강 출렁출렁 올라탑니다 한 때는 강이었고 한 때는 기차였던 어머니 젖은 숨에 포개진 내 그림자 한순간 동행이 됩니다 터널 속이 환합니다 고향의 봄(하모니카) - 정안 출처:http://blog.daum.net/ksch..
바다 파는 아낙 바다 파는 아낙 우은숙 보길도 예송리에 미역 파는 아낙 있다 오-메 후딱 사소, 좋은 미역 있어라 젖은 꽃 가득 핀 얼굴에 바다가 내 비친다 예순 생의 고리들을 우려낸 짠 미역은 질긴 햇살 닻을 올려 바람처럼 휘돌고 섬보다 깊어진 주름 이마 위에 내린다 차르르 차르르 음표 없는 집을 짓는 예송리 ..
카르페 디엠(carpe diem)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우은숙 오늘로 돋아났던 어제는 금방 시들고 덜 익은 감처럼 떫디떫은 오늘도 얄팍한 내일의 걱정에 갇혀버린 새 될까봐 현재형 문장만이 숨을 쉬는 이 순간 오늘의 손목을 힘껏 당겨 외친다 카르페, 카르페 디엠!! 중요한 건 지금이야 -------------------- *카르페 디엠(carpe diem) : ..
뜬 돌에게 묻다 뜬 돌에게 묻다/우은숙 그 어떤 물음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누워 흐르는 돌 앞에 허방 딛은 막막함이 빈혈의 꼬리를 잘라 감춰 둔 까닭이지요 공중에 매단 꿈이 한사코 발버둥치는 부석사에 노을지면 풀벌레 가득 모여 끝끝내 해답 없는 물음 하나씩 꺼냅니다 갈급한 허기 담긴 실타래를 풀고 나니 ..